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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말을 걸고 물은 노래하고 사람은 말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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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골지천 산소길-미락숲·구미정·연리목···한강 최상류 오지에서 만난 초여름의 풍경

정선 오지마을인 사을기마을에서 내려단 본 골지천과 구미정

정선 오지마을인 사을기마을에서 내려단 본 골지천과 구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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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강원도 정선 골지천. 태백의 검룡소와 삼척의 대덕산과 중봉산에서 발원한 첫물이 흘러내리는 한강의 최상류 오지가 골지천이다. 물은 희게 반짝이는 너른 바위들을 넘어가며 때로는 포말을 일으키며 때로는 고요하게 흘러내려간다. 그 물을 높은 바위벼랑이 감싸고 있다. 물 건너편에 병풍처럼 펼쳐진 직벽의 바위틈에는 소나무들이 가지를 뒤틀고 있고 단아하게 자리한 정자는 기품이 있다.

강원도는 골지천을 따라가는 이 길의 빼어남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골지천 산소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산소길은 '걷는 길'이라지만 굳이 걷지 않고 차로 달린다 해도 골지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워낙 오지고 외진데다 이쪽으로 오가는 차들이 틈해 한껏 속도를 늦추고 느릿 느릿 드라이브를 즐겨도 나무랄데가 없다.
초여름이 성큼 다가온 지난 주말, 골지천 산소길을 따라가는 여정을 다녀왔다.
정선 임계면 미락숲에서 시작해 여량면 아우라지까지 이어지는 산소길 1구간(23.3km)이다. 정선에서도 오지로 불릴 정도로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따라 굽이 굽이 물길이 이어진다.
초여름이 당도한 호젓한 골지천 산소길

초여름이 당도한 호젓한 골지천 산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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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서는 비록 단번에 시선을 휘어잡는 절경은 없지만, 오지마을의 푸근한 정취와 초여름 골지천의 정겨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정자에 누워 오수를 즐기거나, 물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농삿일을 잠시 내려놓고 천렵에 나서고, 강변에 텐트를 치고 이른 더위에 물장구를 치는 가족들….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골지천 산소길의 들머리는 임계면 낙천리 '미락숲'이다. 임계에서 삼척쪽으로 이어진 35번 국도를 3~4㎞쯤 가다 오른쪽 골지천 건너편으로 보인다.

미락숲은 느릅나무가 울창한 골지천의 섬에 조성돼 있다. 1만여평에 달하는 초지가 깔려 있는 숲은 그 안에 드는 것만으로도 숨이 편안해질 정도로 우람하고 짙다. 돗자리 하나 펴놓고 느릅나무 그늘에 앉아 흘러가는 물소리만 듣고 있어도 더위와 답답한 세상살이를 잊을 만큼 매력적이다.
숲에서 나와 암내교에서 본격적인 골지천 산소길에 든다. 낙천리의 '바위안'을 지난 길은 가랭이교를 건너면서 골지천을 오른쪽으로 또 왼쪽으로 끼고 내려간다. 너른 천변에는 간간이 나들이객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반두를 들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초여름 골지천길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들이 정겹다. 조각보밭을 일구는 농부, 천변에서 반두질을 하거나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 산소길을 걷는 사람들.

초여름 골지천길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들이 정겹다. 조각보밭을 일구는 농부, 천변에서 반두질을 하거나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 산소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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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거리는 물길 따라 10여분 달리자 눈길이 한 곳에 머물러 탄성을 자아낸다. 바로 구미정(九美亭)이다. '남한강 수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는 정자다. 명소가 많기로 이름난 정선의 유명한 여행지에 비해 덜 알려진데다, 찾아가는 길도 멀어 한적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런 한적함이 오히려 구미정의 정취를 더 돋보이게 한다.

최근엔 TV드라마 추노의 마지막회 격렬한 대결 장면을 찍었던 장소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단다.

조선 숙종 때 공조참의를 지낸 수고당 이자가 지은 건물로 골지천을 따라 아홉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해 구미정으로 이름을 지었다. 현재 남아 있는 정자는 1946년 중수한 것. 정자에 걸터앉아 주위의 풍광을 내다보노라면 마치 한폭의 산수화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시 한수를 읊어도 좋겠고, 정자마루에서 물소리를 들으면서 달콤한 낮잠이라도 즐긴다면 이런 호사도 없겠다.

구미정을 안에서 즐겼다면 밖에서 안으로도 한번보자. 구미정을 나와 여량방면으로 3분여 가면 사을교다. 외길인 이 길을 건너 언덕으로 올라가면 사을기마을이 나온다. 봉긋한 분지에 들어선 마을은 아늑한 오지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아홉가지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구미정

아홉가지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구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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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대는 마을 안쪽 숲길에 숨어 있다. 방성애산장에서 강변쪽 숲으로 50m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조그만 암봉이 보인다. 암봉에 올라서서 발 아래를 굽어보면 천길 낭떠러지의 쾌감이 짜릿하다. 탁 트인 시야는 그만큼 가슴에 막혀 있던 무언가를 터뜨리고 뭉개버린다. 멀리 첩첩이 이어진 산과 밭, 발아래를 굽이쳐가는 골지천의 물길, 그리고 그 물길 곁에 앉아 있는 구미정이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전망포인트는 방성애산장으로 내려가기전 언덕에 있는 마지막 집을 끼고 왼쪽 숲으로 1~2분 들면 널직한 전망대도 나온다.

사을기마을을 나서 골지천을 따라 다시 길을 잡는다. 노일마을, 두메아리마을, 새치마을, 곰바리마을 등 골지천을 끼고 있는 마을들의 이름이 정겹다.

이중 두메아리마을을 지나면 골지천의 명물인 연리목(連理木)을 만난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맞닿아 자라고 있는 희귀목인 연리목은 임계면 반천리 개병교 인근에 있다. 사랑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연리목앞에서 소원을 빌면 부부간이나 남녀간의 애정이 두터워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명 사랑나무로 불리는 연리목

일명 사랑나무로 불리는 연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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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목을 지난 골지천 물길은 마을과 마을을 지나면서 급해지기도 느려지기도 하면서 곳곳에 소(沼)를 만들고, 여울을 만들기도 한다. 강변에서 우뚝 솟은 반론산의 위용을 올려다보는 맛도 각별하다.

곰말 앞을 지나면 골지천 산소길 1구간의 종착지인 여량면에 닿는다. 이곳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정서가 깃든 아우라지가 있다. 아우라지에서는 강을 건너는 나룻배도 타 볼 수 있고 구절리 레일바이크도 있다.

여량에서 골지천은 도암호와 물안골, 구절리를 거쳐 흘러내려온 송천과 만나서 조양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내친 김에 42번 국도를 따라서 조양강 물길을 끼고 정선읍까지 달리거나 정선에서 다시 귤암마을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조양강과 남동천이 만나서 동강을 이루는 곳까지 내려가도 좋다. 이 길을 다 잇는다면 한강이 발원해서 골지천으로, 조양강으로, 동강으로 몸집을 불리고 이름을 바꾸면서 흘러내리는 강과 초여름의 아름다운 강변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정선=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산이 말을 걸고 물은 노래하고 사람은 말을 잊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가는길= 수도권이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진부나들목을 나와 59번 국도를 따라 정선방면으로 간다. 59번 도로를 따라 나전 굴다리 아래를 통과한 뒤 바로 좌회전해 42번 국도로 접어들어 여량, 임계방면으로 향한다. 임계면 소재지에서 삼척방면으로 3~4km가면 '골지천 산소길' 1구간 들머리인 미락숲이다.

곤드래나물밥

곤드래나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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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정선5일장이 유명하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을 살수있다. 곤드래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 등 정선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이밖에 병방치 스카이워크, 구절리 레일바이크, 삼탄아트마인, 화암약수, 화암동굴, 정암사, 하이원리조트, 민둥산 등 볼거리가 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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