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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칼럼]아베노믹스의 정치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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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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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 국민과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그동안 욱일승천하던 일본 주가의 움직임이 많이 불안해졌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달 23일 7% 폭락한 데 이어 일주일 만인 30일 다시 5% 폭락했다.

장기금리 상승세도 쉬 멈출 것 같지 않다. 이는 국채 지급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정부재정 쪽에서 아베노믹스의 둑을 터트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한 국채 가격 하락은 은행들의 자산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 관리는 가능하다" "은행 재무 상태는 무사하다"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행의 금리 통제 능력에 대한 회의가 시장에 확산돼 있는 것이다.
이른바 '3개의 화살', 즉 물가 2% 달성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통화 양적완화, 대규모 재정지출, 새로운 성장전략을 병행하여 일본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아베노믹스는 벌써 힘이 다한 것일까? 아베 정부는 화살 3개 중 2개는 이미 쏘았고, 나머지 하나인 새로운 성장전략(구조개혁 포함)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4번째 화살'로 불리는 장기 재정건전화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벌써 금융과 재정 두 방면의 과부하로 아베노믹스라는 구조물 전체가 와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변수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환율ㆍ무역ㆍ자본이동의 변화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베노믹스가 단순히 경기회복을 겨냥한 경제정책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게 그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 국수주의 세력의 정치적 목표 실현을 위한 준비 작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인 아베의 목표는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꾸는 데 있다. 이는 곧 일본도 국제법상 인정되는 동맹국 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는 것인데, 그리 되면 일본은 군사적 패권국가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어쨌든 그런 목표를 위해 아베는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1단계로 중ㆍ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개헌발의 요건을 완화하는 헌법 96조 개정을 거쳐 2단계로 헌법 9조 개정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아베는 2006년 총리가 되어 개헌 의제를 내밀었다가 실패하고 1년 만에 물러났다. 지난해 말 다시 총리가 된 그는 개헌 의제에 앞서 경제 의제를 내세웠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이 단계적 정치 전술은 먹혀들었다. 유권자들은 아베노믹스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경제의 무기력증을 떨쳐 낼 활력의 낌새를 느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70% 이상으로 치솟았다.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의석을 확보하려면 아베노믹스 세일즈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거에 한 달 앞서 발표될 새로운 성장전략에는 대담하고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금리 상승 등 시장의 견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어도 선거 때까지는 양적완화와 주가부양, 낙관적 기대심리 부풀리기에 매진할 것이다. 후유증은 차후의 문제다.

아베노믹스의 배후에 어른거리는 일본 신군국주의의 그림자가 음험하다. 부쩍 늘어난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국수주의적 망언은 그 끝단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그 그림자로 하여금 본모습을 전면에 드러내게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 이상으로 그것이 성공할 경우에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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