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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콘돌은 날아간다', 정사로 치유하는 마음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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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콘돌은 날아간다', 정사로 치유하는 마음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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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그 누구도 혼자의 힘으로는 살 수 없다. 간혹 혼자 모든 걸 해결하며 사는 사람은 있지만, 그들 역시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은 받기 마련이다. 하물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가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수록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자 한다. 그게 누구든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면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니까.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의 박신부(조재현) 역시 그런 인간의 본성 앞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로지 신에 의탁해 신을 섬기며 살 운명을 택한 그였지만, 나약함은 극복하지 못했다. 그토록 아끼던 연미(유연미)의 죽음은 그를 극복할 수 없는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같은 상처를 지닌 연미의 언니 수현(배정화)과 함께 서로의 아픔을 보듬었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얻은 쾌락은 잠시나마 아픔을 잊게 만드는 진통제였다.
9분간의 롱테이크로 완성된 조재현과 배정화의 베드신은 그래서 단순한 노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치유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위 높은 노출 장면이 연출됐다고 해서 이것이 이 영화를 봐야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꼽혀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순일 감독의 전작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작품 자체의 난해함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 베드신 이후 펼쳐지는 박신부의 여정에 끝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신부를 연기한 조재현의 연기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내면연기의 교과서라고 하면 맞을까.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보여주는 슬픔은 겉으로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억지로 캐릭터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박신부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영화에 데뷔한 배정화는 신인답지 않는 연기력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신인 여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는 파격적인 정사신도 덤덤하게 소화해냈다. 동생을 잃은 슬픔의 감정을 러닝타임 내내 유지한다. 정말 배정화가 영화 첫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콘돌은 날아간다'가 또 한 명의 충무로 기대주를 배출했다고 감히 한 마디 하고 싶다.
영화가 한 사제의 정신적 육체적 시련과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만을 담아낸 작품이라면, 10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지루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전수일 감독이었다. 영화 안에는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 깜짝 반전이 들어 있다. 그래서 영화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유지한다.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페루의 멋진 풍광은 관객들을 위한 보너스.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30일 개봉.



장영준 기자 sta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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