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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눈물·인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감정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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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체 취업자 중 '감정노동자' 31.4%… 욕설·성희롱에 스트레스 ↑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A씨는 입사 초기였던 지난 2011년 한 민원인으로부터 들었던 욕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서울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곳곳에 수해가 발생해 주민민원이 폭주하던 시기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퍼붓는 막무가내 욕설과 고성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 A씨에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구청장을 바꾸라는 민원인 요구에 나 부터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침수피해 접수방법을 안내하려 해도 들으려 하지 않더니 한참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 내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소란을 피워 보직해임 된 일이 벌어진 가운데 '감정노동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정노동자란 상대하는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연출해야 하는 근로자로, 이 같은 감정관리활동이 직무의 40%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화상담원을 비롯해 승무원과 유통업체 점원, 판매원 등 대인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이들이 주로 해당된다.

최근 감정노동자 근무여건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건 서비스산업 비중의 확대 속 이 분야 종사자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업무 특성상 피해사례는 '여성'들에게서 더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전체 취업자 1000만명 중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서비스 및 판매분야 직종 종사자는 314만명(서비스종사자 165만명·판매종사자 149만명)에 이른다.

직종의 남녀비율에 있어서도 서비스종사자의 66%와 판매종사자 50%는 여성으로, 남성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콜센터(Call Center)'의 경우 전국에 3만5000여개가 운영 중인데, 전체 종사자 100만명 중 여성은 89만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객응대 매뉴얼 수정과 더불어 고객 성희롱 없는 직장 만들기 등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처우개선, 관련 규제 강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감정노동자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채 업무에 임해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이른바 '미소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심리상담 등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숙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 근로자의 상당수가 감정노동을 필요로 하는 저임금·비정규직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며 "끝 없이 요구되는 고객만족과 서비스 향상에 정작 자신의 인권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감정노동자들의 업무현장 고충과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책토론회 '여자 노동을 말하다, 감정노동 - 사랑합니다, 고객님! 웃다가 멍든 우리들의 이야기'를 오는 14일 오후 3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

행사에 참여를 원할 경우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www.seoulwomen.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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