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중앙은행은 지난 8일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호주중앙은행이 호주달러의 강세를 언급하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린지 하루만이다. 중국도 엔화 강세 베팅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고, 태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바트화 강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시아 지역으로 자금유입은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찾아 헤메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면서 기준금리는 내려갔다.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 수익률이 5% 아래로 떨어진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싱가포르 소재 노무라의 크레이그 챈(Craig Chan) 외환 애널리스트는 “비교해서 말하자면 아시아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돈이 어디로 갈지는 명료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은 이들 외국자본을 주워 담고 있다. WB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올해 추가된 외환보유액만 1200억달러다. 이들 국가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4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외자유치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외 자본의 범람은 자국통화의 강세를 초래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정부로선 밀려든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상황이 가장 걱정이다. 은행과 주식, 환율 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불가피한 탓이다.
문제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운신의 폭이 적다는 점이다. 홍콩 소재 스페인 은행인 BBAA의 이코노미스인 스테판 슈왈츠는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딜레마는 금리인하를 통해 외자 유입을 막을 수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 자산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각국의 환율방어가 자국 통화가치 강세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주의 경우 2011년 말부터 최근까지 일곱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 기간 호주달러의 가치는 미국 달러 보다 2센트 가량 떨어지는데 그쳤다. 호주달러 가치를 띄운 것은 강력한 해외 수요 때문이다. 호주 정부 국채의 70%는 역외 투자자가 쥐고 있다. 10년 전 보다 외국인 소유가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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