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폭발 '묻지마 범죄' 최근 급증,,,결국 모두가 피해자 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진단 처방 모색할 때
#2. 호텔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곽모(27세)씨는 지난해 연말 술에 취한 고객을 안내하다가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법조계 고위직이라는 고객이 술에 많이 취해 어깨동무를 해 줬는데, 그 고객은 "너희들 미팅할 때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이 자리에 올랐다. 왜? 아니꼬우냐?"라며 비아냥댔다. 곽 씨는 속이 타오르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석현 연구위원이 지난 4월3일 발표한 '분노 사회의 진단과 관리 전략'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들어 평범한 일반인들이 가진 일상생활 속의 분노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살인, 강간, 폭력, 절도 등의 범행동기 중 우발적 또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다. 특히 폭행ㆍ살인범들의 경우 50.2%, 43.35%가 각각 범행동기로 '우발적'이라고 진술했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2006년 이후 전체 범죄건수에서 '현실불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0.56%에서 0.64%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순간적 범죄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우발형 범죄와 현실 불만형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급출발, 차량 추격, 욕설 등으로 상대 차량에 무분별한 위협 행위를 가해 전체 사망사고의 70.1%(도로교통안전공단 통계)가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감정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 집단이 아니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별 취업자수 2468만명 중 감정노동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1106만여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44.8%) 이들이 감정노동에 따른 높은 직무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인들은 현재 누구나 우발적 분노를 참지 못한 타인에 의해 폭력ㆍ폭언은 물론 심지어 살인ㆍ강도 등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 고조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ㆍ체계적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 분노의 이면에는 삶의 질 향상이 어려워 지고 있다는 좌절감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주로 사회적 약자 집단이 경제적 추락ㆍ질병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다가 감정노동자로부터 서비스를 받다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경향이 높고, 최근 문제가 됐듯 고위층들의 왜곡된 조직ㆍ사회ㆍ기업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고객졸도' 경영으로 표현되는 지나친 고객 서비스 강조 등으로 인해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신뢰 회복을 통해 신뢰ㆍ규범을 중시하는 성숙 사회로 전환해야 하며, 청소년기 전문상담교사제 내실화ㆍ기업들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도입 등은 물론 삶의 질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제도ㆍ환경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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