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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후지이, “역사 다르게 보는 기회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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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이 다케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
3월 국내 역사단체 최초 외국인 연구책임자 올라
현재 1950년대 중후반 한국경제 연구 中

▲ 지난 3월 역사문제연구소 첫 외국인 연구실장에 오른 후지이 다케시.

▲ 지난 3월 역사문제연구소 첫 외국인 연구실장에 오른 후지이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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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1990년 교토대학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던 후지이 다케시(42ㆍ사진)는 교토 남쪽 우토로에서 재일조선인들을 만난 게 한국역사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됐다.

이곳은 1940년대 비행장 건립을 위해 조선인들이 동원됐던 곳으로, 해방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던 조선인들에게 당시 부지 소유주가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들을 돕고자 마을을 찾은 그는 이 과정에서 왜 조선인들이 비행장 건립에 동원돼야 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식민지배 역사를 고민했고, 일본 제국주의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3월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실장을 새로 맡은 후지이 다케시와 한국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 후 성균관대로 유학 와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늘 '일본인으로서 닦아줘야 할 조선인들의 눈물'을 봤고, 그 아픔과 상처에 공감했다. 그 같은 문제인식과 공감이 그를 국내 역사단체 사상 첫 외국인 연구책임자에 오르게 했다.

외국인, 그것도 한국과 '특수한' 역사가 있는 일본 출신이 한국의 역사단체 연구책임자가 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오히려 '의외'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후지이 실장은 자신의 '발탁'에 대해 "역사는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한국의 역사교육은)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기록으로 국가적,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주어가 '우리나라', '우리민족'이 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후지이 실장은 최근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일본정부의 우경화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경계했다. 대신 그가 제시한 해법은 민간차원의 역사문제 공론화다. 일본 내 과거사 청산을 추구하는 민간영역과 공동으로 세를 확장해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미에현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부터 줄곧 한국에 머물고 있다. '결혼'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한국에 온 그는 그동안 <번역과 주체>, <다미가요 제창> 등을 한국어로 옮겼고, 지난해 12월에는 박사논문을 보완해 해방 이후 8년 동안의 한국상황을 담은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를 펴냈다.

후지이 실장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1950년대 중후반의 한국경제'다. 그는 이 시기부터 정치적으로 경제성장이 중요시되는 관점이 움트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한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경제성장은 갑작스러운 의제가 아닌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전략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구상단계에 불과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주제로 책을 집필할 계획인데 그게 언제쯤일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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