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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세상을 바꾸는 시민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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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세상을 바꾸는 시민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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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 초 시중 맥주 집에서 파는 생맥주가 용량보다 적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실제 일부 가게에서는 2000cc 생맥주는 1700cc통에, 3000cc는 2700cc 통에 담아 판매했다. 용량보다 작은 잔으로 눈속임을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은 "강남역 등 서울 내 90여개 맥주 집에서 실제 주문량보다 평균 13~23% 정도 적게 맥주가 제공됐다"고 발표했고, 서울시는 각 음식점에 정량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당초 이 같은 의문을 가장 먼저 밝혀낸 이들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생들이다. 지난해 2학기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필수 교양과목인 '시민교육'을 수강하던 학생 4명이 주류의 양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고 이를 조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들은 용량보다 작은 맥주잔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동대문구, 국세청, 서울시청사이트에 민원을 제기했고, 각각의 기관들은 업체 및 업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현재 시원한 맥주를 정량에 마실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 덕분인 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라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경희대 학생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개정한 사랑의 정의는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다.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남녀 또는 이성으로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의됐던 '연인(戀人)'의 뜻도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으로 바뀌었다. 기존 단어의 정의에 내포된 이성애 중심적인 가치관이 개정과정에서 배제됐다.

경희대 권예하, 송아리 등 학생 5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단어 개정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6월의 일이다. 이들은 작년 1학기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을 수업을 듣고 수업과제 중 하나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에 나섰다. 성 소수자와 관련해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차별을 만든다'고 판단해, 연인, 애인, 연애 등 세 단어의 정의를 개정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앞서 두 사례의 학생들이 공통으로 수강한 수업은 바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필수교양수업 '시민교육'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개설된 수업으로 경희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졸업하기 전에 3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지난 2011년 출범한 경희대 학부 교양교육전문 대학인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과정 중 하나로,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들어야 하는 35~36학점 중 시민교육이 포함돼있는 것이다.
시민교육의 주제는 다양하다. 경제정의, 문화예술종교, 사회적약소자, 세계시민, 언론미디어, 인권, 참여정치, 환경생태, 지역자치공동체 등에 대해서 학생들은 이론수업과 현장수업을 함께 듣는다.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에서 각각 50개의 강좌가 마련돼 있으며, 학생들은 3~6명이 한 조를 이뤄 참가한다. 현장활동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안과 전망을 세우는 작업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결과물들은 차곡차곡 현장활동백서를 만들어 기록되는데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년에 2000개 정도 되는 조가 활동을 하는데 이 중에는 이대로 묻히기에 아까운 활동들도 상당수 있다. 지난해에는 조별활동으로 일부 학생들이 자비를 털어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던 백령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는데, 배가 끊겨서 하루 늦게 섬에서 나오기도 했다. 토론수업이나 글쓰기, 발표 등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나중에는 어느 정도 성장한 게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시민교육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 독일이다. 제2차 대전이 왜 일어났는가 하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히틀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수동적이고, 비판의식이 부족했다는 반성의식에서 출발해서 시민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공감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2년 시민교육 현장활동백서를 보면 박재홍·김누리 학생은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청소 노동자분들께 인사하기'라는 캠페인을 실천했다. 이상현, 전인기, 이상철 학생은 호남과 영남 간의 지역갈등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광주와 대구를 직접 찾아가 시민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나이가 더 많을수록 지역감정을 더 심하게 가지고 있었고, 주로 그 원인은 정치나 기성세대의 영향이 많았다"는 것이다. 변근혜, 이예린, 하대영 등 6명의 학생들은 한 임산부가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한 사건을 접하고, 임산부들에게 뱃지로 임산부임을 알리는 운동을 전개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과정은 시민교육뿐만 아니라 신입생이 들어야 하는 공통 필수과목 '중핵교과', 7개 영역 중 5개 영역을 선택하는 '배분이수 교과', 시민교육과 글쓰기가 포함돼있는 '기초교과', '자유이수교과' 등 4가지로 구성돼있다. 중핵과목은 크게 인간의 이해, 세계의 이해라는 주제로 나눠지며, 배분이수교과는 생명, 자연, 사회, 평화, 역사, 논리 등 다양한 영역 중 선택할 수 있다. '후마니타스'는 라틴어로 '이상적 인간'이란 뜻으로 경희대는 탁월한 개인, 책임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가지가 2011년부터 국내 최초로 교양전문교육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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