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9개 구단이 7개월여의 대장정을 치른다. 선수들의 피로는 풀릴 줄을 모른다. 좀처럼 쉴 틈이 나지 않는다. 5개월여의 휴식기가 주어지지만 스프링캠프, 마무리훈련 등을 소화해야 한다. 가히 체력 싸움이라 불릴 만하다.
한화는 지난 16일 개막 1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승리에 삭발까지 감행했던 선수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수장으로 3116일 만에 승리를 챙긴 김응용 감독도 “오늘 승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껏 고무된 선수단은 남은 NC와의 2경기도 싹쓸이했다. 리그 최하위(3승13패)지만 어느덧 탈꼴찌를 눈앞에 뒀다. 8위 NC(3승11패)와의 격차는 1경기다.
김응용 감독은 당분간 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을 심산이다. 그는 마운드 운용을 언급하며 “1982년이 생각난다”면서도 “우리는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라고 했다. 마운드 총동원은 당장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데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실을 키우는 데는 크나큰 약점이 될 수 있다. 당초 다수 전문가들은 한화의 성적을 예상하며 김혁민, 유창식이 살아나야 류현진의 공백이 메워진다고 입을 모았다. 현 체제에서 가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혹사로 ‘유망주 잔혹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
선발로 뛰던 투수 대부분은 불펜으로의 이동을 기피한다. 매 경기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다 거의 매일 같이 불펜 피칭을 포함해 상당량의 공을 던지는 까닭이다. 코칭스태프 내 혼선이 빚어지면 불펜 피칭은 어중간해지기까지 한다. 한 선수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여느 때처럼 불펜에서 60개를 던졌는데 다음날 롱릴리프로 보직이 변경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 선수는 이듬해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가량을 뛰지 못했다.
한화 선발진은 건강한 편이 아니다. 김혁민은 2010년 어깨 부상을 당해 9경기를 뛴 채 6월에 시즌을 접었다. 선발진에 합류한 건 이듬해 5월이었다. 유창식은 고교 시절 무리한 투구 여파로 팔꿈치 통증에 잦게 시달린다. 어깨와 등도 온전하지 않은 편. 2005년 팔꿈치 부상으로 1년을 쉰 윤근영은 지난해 어깨에 이상 증세가 찾아왔다. 선발진의 부진으로 부담이 커진 송창식은 익히 알려진 대로 2008년 팔꿈치 부상과 버거씨병으로 잠정 은퇴한 바 있다. 올 시즌 딱딱한 투구 폼을 벗었지만 여전히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체계적인 관리가 시즌 내내 뒷받침돼야 한다.
시즌 전부터 예견돼온 부진. 그런데 한화는 무려 13연패를 당했다. 그 사이 선수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궁에 빠졌다. 나침반을 쥐고 있는 김응용 감독부터 흔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감독은 “구단이 미래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단 불만은 이제 후회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제라도 ‘리빌딩’과 ‘성적’의 갈림길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마운드 운용은 자칫 팀에 더 큰 화근을 가져올 수 있다. 김응용 감독이야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한화는 영원한 하위권 팀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훈련, 관리 등에서 개선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김응룡 감독의 말대로 전력 차는 종이 한 장일 수 있다. 한화 퓨처스팀은 2011년 가을 대전구장에서 열린 천안북일고와의 경기에서 맥없이 패했다. 당시 북일고는 윤형배, 김인태 등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주축을 이룬 건 예비 2학년들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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