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율 1020세대 앞지른 티켓파워...극장, 공연들도 4050마케팅 열풍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김경은(40) 씨는 1주일에 2~3번은 영화관을 찾는다. 오전에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난 후 또래 엄마들과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다. 주로 개봉한 한국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가끔 예술영화도 일부로 골라서 보기도 한다. 김 씨는 "대학 다닐 때는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문화생활이 끊겼다. 이제 아이들도 좀 크고 해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줌마, 아저씨를 잡아라! 최근 중장년층이 문화생활 향유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중장년층의 티켓 파워는 10~20대를 능가하고 있다. 극장가에서도 이 기세를 몰아 중장년층들을 위한 낮시간 상영 확대, 할인 이벤트 등을 다양하게 마련해놓고 있다. 뮤지컬 및 콘서트 등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복고' 바람이 일고 있으며, 예매부터 공연 관람까지 4050세대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극장가도 티켓파워로 급부상한 중장년층들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CGV는 지난해 5월 45세 이상 관객들을 위해 시니어 전용 프로그램 'CGV 노블레스'를 선보였다. 매월 첫째 화요일에 영화 관람 시 '웰빙 콤보'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연령대 맞춤형 시사회를 열고, 다양한 혜택이 담긴 '노블레스 쿠폰북'을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데 꾸준히 반응이 좋다.
실제로 CGV 멤버십 회원에서도 45세 이상의 중장년 관객들의 비중은 2011년 14.8%에서 2012년 17.0%까지 높아졌다. 신규 관객 비중도 2011년 17%에서 2012년 18.5%로 늘었다. 특히나 중장년층 중에서도 주부 관객이 크게 늘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다. CGV목동에서 매월 둘째, 넷째주 수요일에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즈 시네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관에서 미리 고지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겐 차와 딤섬세트 등 브런치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했는데, 주부들의 반응이 뜨거워 두 번으로 늘렸다"는 게 CGV의 설명이다.
공연계에도 중장년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중장년층 단체 관객을 위한 '문화 콜버스(Call-Bus)' 서비스를 실시한다. 복잡한 인터넷 예매없이 전화 한 번으로 티켓을 끊을 수 있고, 소규모 단체 관객들에게는 직접 극장앞까지 전용버스로 데려다준다. 뮤지컬 제작을 맡은 CJ E&M 관계자는 "문화 콜버스로 서비스 요청을 하는 관객의 80%가 40대 이상"이며 "티켓 예매율도 3040세대들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공연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주부들을 겨냥해 평일 낮 공연인 '마티네 공연'을 선보였다.
티켓링크 공연팀 관계자는 "이전에 구매층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이었지만 불안정한 취업, 경기불황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장년층들의 비중이 더 커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도 이 세대들이 문화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40대들이 두각을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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