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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난자의 정자 선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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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는 어떤 기준으로 정자를 선택하는 것일까. 가장 빠르고 힘센 정자가 난자를 수태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난자는 '자기 것과 가장 다른 유전적 특성을 보이는 정자'를 낙점해서 받아들인다. 근친 결합의 문제를 최소화함은 물론이고 자기와 상이한 유전자와 결합함으로써 더욱 풍부해지려는 성향, 즉 타고난 생존력 강화의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족이 무한발전해 온 역사를 돌이켜보자면 '빠른 놈'보다는 '시너지효과 극대화' 본능을 난자가 가졌다는 점이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의 횡설수설 청문회 논란을 떠나 많은 교수와 박사, 장군들이 박근혜정부 우산 밑으로 모이고 있다. 최근에는 관가를 벗어나 KDB금융지주 회장에 교수 출신 인사가 임명되더니 산업은행장까지 겸임키로 했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 6명 중 3명은 전직 '장군님'이었다. 이들의 조합에서 시너지보다는 근친의 위험성이 엿보인다.

군대는 말할 필요 없이 계급사회이고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지휘관이 동쪽으로 진군하라고 할 때 하급지휘자는 직진, 또는 우회도로를 건의할 수 있지만 절대 서쪽으로 가지 않는다. 지휘관의 판단이 틀려 가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동쪽으로 부하들을 이끌며 외친다. "나를 따르라."

교수(박사) 조직도 군대와 과히 다르지 않은 수직구조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좋은 지도교수 만나는 방법'이라는 글이 떠돈다.
지도교수의 손바닥에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의 명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너무 연로한 교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의 기피대상이 된다. 갑자기 중환에 빠지면 다른 교수 밑으로 옮겨 학위를 딴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그릇된 방향으로 튀기도 한다. 막강한 지도교수 권력에 맞서는 대학원생의 성추문 진실싸움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가 하면 지도교수 반려견까지 챙겨야 하는 처지를 빗대 '신노예제'라는 극단적 표현도 쓰인다.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간 속성상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데는 적응기가 필요할 뿐이다. 또 유학파 박사라도 본인 지도교수가 몸담았던 학파를 한평생 떠나지 않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전문인력으로 분류되는 관료의 경우 '자발적 순응조직체제'로 명명할 수 있다. 엉덩이에 굳은살 박이도록 공부해 고시에 합격했으니 정부조직에 한평생 몸담고 승진해야 한다. 그러니 윗분 뜻을 거스르기 힘들다.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바뀔 때, 또는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변신'을 할 수 있지만 윗분의 뜻을 거스르는 '탈선'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모였으니 새로운 정부에 조직적이고 발 빠른 결정과 추진, 즉 박근혜 대통령과 통치이념을 같이하는 정신적 단결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교수도 군인도 관료도 창조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윗분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이 한평생 몸에 뱄다. 위에서 결정하면 아래에서는 액션플랜(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해 있다.

A4 사이즈는 길이 21㎝, 너비 29.7㎝다. 왜 하필 이 규격일까. 여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발견한 카논(여러 수치 사이의 비율) 가운데 하나가 숨어 있다. A4지를 반으로 접으면 길이였던 것이 너비가 되면서 둘 사이의 비율이 여전히 똑같아진다. 이번 정부에서 새로 일하게 된 교수, 박사, 군인, 관료들이 접어도 펴도 절대 변하지 않는 'A4 사이즈'일까 겁난다.

MB정권에서 이뤄진 인사철칙은 '능력'이었다는데 '고소영(고려대 출신ㆍ소망교회 인맥ㆍ영남 출신)' 인사라는 결과를 나았다. 그럼 전문성을 내세운 이번 정권에서는 '박장관(박사ㆍ장군ㆍ관료)' 인사일까.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TV 방송본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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