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보험 등 주요 금융업 중에서 유독 보험회사에 소비자의 민원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민원 가운데 약 51%가 보험관련 민원이었고, 해마다 감소하기는커녕 증가 속도가 타 금융권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통계를 보면 보험사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면목이 없다. 소비자 보호가 신정부의 주요정책 과제임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보험사의 민원과다 현상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보험가입의 비자발성과 생활설계사의 성공보수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자발적 니즈가 없는 고객에게 생활설계사가 찾아가 보험의 필요성과 미래가치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자신의 형편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는 일련의 보험가입 프로세스를 밟는다. 여기에는 다분히 설계사가 추천하는 상품과 보장종류 등이 영향을 미치고 생활설계사는 그 결과에 따른 성공 보수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가입자와 설계사 간의 이해가 상충할 경우 이것이 때로는 민원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설계사가 복잡한 상품의 설명을 소홀히 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싶은 나머지 고객에게 필요 이상의 보험료 부담을 안기는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사는 고객 상담 시 가입자의 형편을 충분히 반영한 플랜을 설계하도록 지도하고 있고 실제 대부분의 선량한 생활설계사가 그렇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일부 지각 없는 설계사가 고객을 기망하거나 혹은 고객의 이름을 빌려 보험에 가입, 초기 수수료를 챙긴 다음 민원을 통해 납입 보험료를 돌려받도록 부추기는 방법으로 보험시장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 최근 업계에 회자되고 있는 먹튀 또는 철새설계사가 바로 그들이다. 근래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일 년이 멀다하고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민원을 남발하는 설계사도 있었다. 회사를 떠나면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재직 중 모집한 계약의 상당한 부분에서 민원접수가 시작되는데 그 서류에는 어김없이 설계사의 모집단계에서 과실을 인정하는 자인서가 첨부돼 있다. 철새설계사가 보험민원의 발원지가 되고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제 우리 회사부터 이 같은 풍토를 바로잡는 데 나서려고 한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유형의 잘못을 저지르고 우리 회사에서 타사로 옮겨 간 불량설계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송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선량한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험계약의 입구인 모집질서가 바로잡히면 보험금 계산 및 지급이라는 출구에서의 민원도 자연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보험회사에서는 올해 반드시 민원을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기회로 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조재홍 KDB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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