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명종임금 때이다. 세조 때 찬탈을 도와준 공로로 줄기찬 기득권이 된 훈구파 공신들과 왕비와 엮인 친인척들이 명종 대에 오면 가히 어마어마한 권력이 된다. 드라마에도 많이 나온 윤원형, 정난정, 문정왕후는 왕을 흔들어가며 권력을 누렸다. 당시의 피폐한 정치를 개탄한 사람들이 바로 화담 서경덕, 남명 조식, 퇴계 이황이었다. 남명은 문정왕후를 '궁궐의 일개 과부'라고 일갈한 분이기도 하다. 문정왕후가 죽은 뒤 명종과 선조는 훈척들을 혁파하고 시골에 묻혀 사는 똑똑한 선비들을 대거 정치에 끌어들였다.
"군자들이 경영하는 이상세계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논의가 가능한 붕당체제에서 피어날 수 있습니다. 군주가 선비들의 논의를 지켜보고 판별하는 형식으로 정치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선의 붕당정치는, 왕조국가가 성숙하면서 정치가 진일보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의정치와 토론정치로 다양한 가치와 상충하는 의견들을 조절해나가자는 생각이 피어난 것이다. 조선 붕당의 한계는 당파가 시스템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정치 환경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인 정략 무리가 득세하는 데 있었다. 이 점이 아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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