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의 눈]허창수 회장의 '현장' 빠진 '소통'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열린 지난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그동안 비공식석상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두루뭉술 화법'으로 일관한 허창수 회장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흘러 나왔다. "새 정부와 대화가 잘 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되고 있다"는 본인의 가치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전경련 회장 연임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끊임없는 질문 공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허 회장이었기에 이번 답변은 취재진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의외의 수확에 놀란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발언을 메모하려는 눈치작전까지 벌어졌다.
'불통(不通)ㆍ중기(中企) 위주'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현 정부와 대기업 소통 창구인 전경련이 서로 대화를 잘 이어가고 있다니 반길 일이다. 저성장ㆍ불황ㆍ경제민주화에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재계에 허 회장의 한 마디가 숨통을 틔우는 형국이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까지 10여초간의 노출시간 동안 일어난 허 회장과의 동행은 이런 의미에서 작지만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질문에 담긴 행간의 의미와 전경련이 이날 내놓은 성과를 보면, 허 회장은 분명 재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요컨데 현장의 목소리는 상실됐다. 질문에는 분명 '주요 그룹들이 투자ㆍ고용 계획을 못 내놓고 있다'거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재계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함축돼 있었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 전경련은 정부와 대화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거냐'는 식의 계산된 질문을 이해 못한 채 이른바 정공법(正攻法)을 택한 것이다. 회장단 회의 직후 배포된 발표문에도 현장 목소리는 없었다. 주요 그룹의 투자ㆍ고용 계획 수립 지연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응책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경련은 시종일관 한 가지 표현으로만 대응했다.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동문서답이다.
정부와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허 회장 발언의 치명적 약점은 '누구를 위한 소통'에 대한 고민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허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 2기, 대(對) 정부 소통점수는 현장(재계)이 준다. 전경련의 정책이 '정부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도 현장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