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 11일 그리스 총리와 회동서 지원 요청할듯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그리스에서 영업하는 키프로스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리스가 은행 건전화를 위해 할당한 자금 중 20억유로를 키프로스에 넘기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키프로스 관계자를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받은 1720억유로 구제금융 자금 중 500억유로를 은행 지원용으로 할당해둔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측은 아직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수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리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리스 은행 지원을 위한 자금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키프로스의 자금 이전 요구는 정당화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그리스 은행 관계자는 "그리스가 키프로스 은행을 지원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키프로스는 EU·IMF 등으로부터 약 170억유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키프로스 은행 예금에 대한 헤어컷을 요구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해 줄테니 키프로스 은행 예금자들이 일정 부분 손실을 감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EU와 IMF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키프로스의 한 유력 정치권 인사는 "EU나 IMF가 지나친 요구를 해와 오히려 키프로스를 망칠 가능성이 있으면 우리는 유로와 작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 탈퇴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키프로스의 옛 통화인 파운드를 갖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도 그리스 은행 예금에 대한 헤어컷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문제는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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