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회장 "공부머리 말고 일머리 뽑았더니 일냈다"
호텔 헬스클럽에서 땀을 빼던 김 사장은 갓 20살 된 행원의 상품 소개에 덜컥 10억원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사장, 지난 번 주식 판 돈 굴릴 데 찾는다고 했지?"
산은은 2011년 90명, 2012년 120명 모두 210명의 고졸 행원을 뽑았다. 이 가운데 현재 100여명이 무점포 다이렉트 예금을 담당한다.
전국에 퍼져있는 고졸 행원은 1인 지점장이다. 출ㆍ퇴근 일정과 영업 방식, 수신 목표 모두 스스로 정한다. 고객을 만나고 대화하는 방식에도 제한이 없다. 거점 점포로 출근하긴 하지만 지점장의 지휘에서 자유롭다. 철저히 업무 성과로만 평가받는다.
역마진 논란이 일었던 다이렉트 뱅킹의 구조는 '박리다매'다. 강만수 산은 회장은 "나도 장사꾼인데 절대 밑지고 팔진 않는다"면서 "손해보고 이자주는 은행이 있다는 말에 부자들이 돈을 맡기려 줄을 선다"고 했다. 감독당국의 오해가 산은을 도와준 셈이다.
남다른 인사 방식도 기적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강 회장은 "공부머리 말고 일머리 있는 친구들을 뽑았더니 일을 냈다"고 했다. 2011년 15년만에 다시 고졸 행원을 뽑으며 강 회장이 내건 조건은 딱 세 가지였다. 자신감ㆍ집중력ㆍ용기를 갖춘 사람을 뽑을 것. 한마디로 '쫄지 않는 행원'을 선발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렇게 8대1의 경쟁을 뚫고 입행한 고졸 행원을 향해 강 회장은 남다른 애정을 쏟아부었다. 1박 2일 입행 오리엔테이션에 동행해 "모두가 내 동업자"라면서 막걸리 잔을 부딪쳤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100%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특급호텔 헬스클럽부터 인터넷 재테크 카페까지 온ㆍ오프라인을 훑어 고객을 확장한 산은 고졸 행원들의 이야기는 이번 학기 서울대 MBA 과정에 마케팅 우수 사례로 소개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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