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탄생과 몰락]
진시황에서부터 왕망에 이르기까지 250여년의 중국 진한사를 다룬 저술 '제국의 탄생과 몰락'은 탄생 배경이 범상치 않다.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이다. 본래 원작은 중국 CCTV의 다큐멘터리 '제국의 흥망성쇠'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다큐 '돈황'과 '고궁'의 제작팀이 "현대경제학 개념과 새롭게 발굴된 고문헌을 통해 진한제국의 역사를 새로 조명한다"는 취지로 6년에 걸쳐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다큐 3부에서 굶주린 농민 반란으로 왕망의 신나라가 멸망하고, 미반영분 역시 몰락 원인을 다루다보니 정부의 심기가 불편해졌을 것이라는 추론 정도다. 즉 권력교체기의 중국 지도부가 국민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의 다큐에 대해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추론을 더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중국 왕조사(史)는 물론 중국 공산당의 권력 장악 과정은 하나같이 화산폭발처럼 불안하고 가공스런 역사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중국 왕조의 몰락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몰락 시기엔 관료나 특수 이익집단이 생겨나 권력과 왕실, 토지를 약탈하고, 불법적인 토지병합이 일어나 경제기반이 붕괴된다. 또한 농민경제가 파산, 정권이 손을 쓸 수 없는 처지에 이르러 굶주림이 창궐한다.
현재의 중국도 왕조 몰락기에 나타난 문제점이 그대로 겹쳐진다. 중국은 부의 편중, 부패와 형식주의, 공산당 일당 독재에 의한 피로감, 양극화, 민심 이반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의 중국은 0.4%가 70%에 해당하는 재산을 차지한다(2006년 세계은행 보고서). 또한 500여 특권 가문과 그 가문의 가족, 자손, 친척 그리고 주변인물, 2중3중의 통혼으로 결합한 5000여명의 핵심세력이 지배한다(2006년 미국관리 보고서). 한편에선 한 해 노사분규 60만건, 매년 대학 졸업생 600만명 중 30% 실업(2009년 중국 통계) 등이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개혁ㆍ개방정책으로 일컬어지는 지난 30여년 동안 두자리 수의 경제성장의 뒷편엔 천안문 사태, 파룬궁 진압, 개혁파 탄압, 티벳 등 타민족 학살 등 권력의 피비린내가 사회 저변을 깔고 있다.
진한사 250여년과 개혁개방 30년은 그 시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거의 '샴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시진핑 호에 보내진 다양한 경고에서도 알 수 있 듯 중국은 수년 내 커다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예견된 상태다. 새로운 혁명은 우리에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정치, 국제 외교, 통일문제 등 한반도 정세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국의 탄생과 몰락'을 읽으면서 하나의 데자뷰로 보는 것은 중국 격변기 역사의 동어반복이 주는 학습효과로 이해된다. 즉 현재의 중국이 격변에 휘말릴 경우 중국인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리더십을 새로이 만들어낼 것인지, 나아가 새로운 국가 경영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를 가르쳐 준다. <'제국의 탄생과 몰락'/CCTV(제국의 흥망성쇠) 제작팀 원작/김원동 편저/퍼플카우 출간/값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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