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보다 '내집마련'에 좀 더 무게를 둔 수요자들은 집값 하락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상암동에서 수년째 전셋집을 전전하던 박수형(가명·37)씨 역시 요즘 콧노래가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3억5000만원대까지 올라간 전셋값에 1억1000만원을 보태 전셋집보다 작은 평수지만 내집을 갖게 된 것.
상암동 J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집값하락이 내집마련의 적기"라면서 "상암동에는 높아질대로 높아진 전세금에 1억~2억원 정도를 보태서 내집을 마련하거나, 평수를 옮겨 점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보름정도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마치 새집같은 아파트에 들어가니 남들보다 알뜰한 출발을 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남다르다.
김씨는 "남들 보기에 번듯한 아파트는 아니지만 주변에 유흥가도 없이 조용하고 둘이 살기에는 괜찮다"며 웃음지었다.
은퇴 후 수익형 부동산 마련에도 적기가 찾아왔다.
최근 퇴직한 김후산(가명·58)씨는 퇴직금과 저축을 모아 구로구 독산동에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했다. 집값이 떨어지는 시점을 노려 2억9000만원대에 중형 아파트를 장만한 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세를 놓았다.
공업단지 인근이라 2~3명씩 함께 아파트를 임대하는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은 것을 이용해 은퇴 후 소득원으로 이용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김씨는 현재 남은 자금 1억5000만원에 보증금으로 받은 3000만원까지 보태서 인근 소형 오피스텔 급매물도 노리고 있다.
독산동 H공인 관계자는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도 얼마 붙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인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월세를 놓으려는 수요자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상황은 대출을 많이 일으켜서 매입 후 자본이득을 크게 보려고 대세 상승기를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장 자체가 실수요 위주로 많이 바뀌었다. 실수요자들은 꼭 최저점에서 구매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서 무릎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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