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저 자동차, 어디 제품이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의 엠블럼을 보면 된다. 엠블럼은 일종의 자동차 신분증인 셈이다.
차량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엠블럼은 사실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품고 있다. 간단한 도형으로 이뤄진 것들이 많지만, 이 안에는 브랜드의 지향점과 특징을 담기 위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심지어 엠블럼에는 브랜드 탄생의 비화도 숨겨져 있다.
최근 자동차 엠블럼 중에는 알파벳을 기초로 만든 디자인이 많다. 국내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혼다, 미국의 포드 등이 대표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자동차 업체들 중 대다수가 브랜드 홍보를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고 회사 이름 외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별도의 독자적인 엠블럼을 사용한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천마(天馬)'라는 뜻에서 기인해 날개모양 엠블럼을 갖고 있다. 제네시스는 '창공을 웅비한다'는 의미에서 방패모양의 형상에 새의 날개가 주변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이뤄졌다.
기아차 또한 지구를 상징하는 타원과 KIA 알파벳의 조합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장하는 기아차를 표현했다.
쌍용차는 세개의 원 안에 쌍용차의 영문명 첫 두글자인 SS가 결합됐다. SS는 쌍용, 즉 두 마리의 용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일 폭스바겐은 알파벳 머리글자인 VW를 상하로 배치했다. 폭스바겐 비틀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프란츠 라임스피스가 만든 것이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1910년부터 알파벳 이름을 모두 넣은 현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도 앞글자 T, H를 기본 이미지로 삼았다.
태풍의 눈을 형상화한 듯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엠블럼은 소우주 속에서 고객과 자동차의 만남을 의미한다. 상하좌우의 대칭적 구조는 르노삼성이 추구하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상징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단순한 모양으로 구성된 것 같지만 엠블럼 속에는 브랜드의 복잡한 탄생 비화가 담겨있기도 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원 속 삼각별은 두 회사의 엠블럼이 합쳐진 결과다. 고틀립 다임러가 세운 다임러 사는 육, 해, 공을 의미하는 세꼭지 별을 엠블럼으로 사용했다. 또 칼 벤츠가 만든 벤츠사는 월계수를 엠블럼으로 만들었다. 이 두 회사가 1차 세계대전 후 합병해 다임러 벤츠가 되면서 세 꼭지별과 월계수가 합쳐진 지금의 엠블럼이 된 것이다.
아우디의 엠블럼은 네 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이는 독일 삭소니 지방의 4개 자동차 브랜드를 상징한다. 연결된 고리는 이들 간 결속력을 뜻한다. 지금의 아우디는 과거 아우디, 반더러, 호르히, 데카베 등 4개 브랜드가 모여 만들어졌다.
일본 스바루도 비슷한 유래를 갖고 있다. 스바루 엠블럼 속의 여섯개의 별은 여섯 회사가 합병해 설립한 스바루의 모기업, 후지중공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가장 큰 별은 후지중공업, 나머지 작은 별들은 합병된 회사들을 가리킨다.
BMW의 경우 항공기 엔진에서 출발해 하늘에서 땅으로 확장한 사업 역사를 담고 있다. 비행기의 프로펠러 형상을 기본으로 BMW 본사가 위치한 바바리아주의 푸른하늘을 상징하는 청색, 알프스의 흰눈을 상징하는 백색이 담겼다.
캐딜락의 엠블럼은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를 처음 개척한 프랑스 귀족 모스 캐딜락 가문의 문장을 본땄다.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을 나타내며, 엠블럼의 붉은색은 용감함을, 은색은 순결, 자선, 미덕을, 파란줄은 기사의 무용을 상징한다.
동물을 형상화한 것도 많다. 페라리와 포르쉐는 공통적으로 말(馬)을 택했다. 페라리 엠블럼은 1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 최고 파일럿으로 꼽히는 프란체스카 바라카의 전투기에 그려있던 그림에서 시작됐고, 포르쉐는 말 사육으로 유명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의 문장에서 출발했다.
람보르기니는 설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인 황소자리에서 기인해 황소 엠블럼을 보유하고 있다. 푸조는 공장이 위치한 프랑스 벨포르시의 상징 동물인 벨포르 사자를 사용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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