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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호남평야 50km, 어느 귀농인의 기이한 '골프'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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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한파 속 호남평야 50km, 어느 귀농인의 기이한 '골프'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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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속, 광활한 대지 위 수십 km의 평야를 가르지르며 골프를 치는 기분은 어떨까 ?'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골프를 치며 호남평야를 종단한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간혹 외신에서 골프를 치며 사막을 횡단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평야는 금시초문이다. 귀농인 김세영씨(40). 전북 정읍에 정착한 지는 3년째, 결혼과 동시에 귀농해 지금은 농사꾼으로 산다. 귀농 전에는 아시아경제 등에서 골프전문기자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고향의 평야지대를 골프 치며 건넜다.
그의 이벤트에 농사 짓는 친구가 기꺼이 동참하고 나섰다. 김씨가 도보로 이동하며 라운드를 하는 동안 친구는 김씨의 '전용 카트'인 트럭을 몰며 캐디 및 지원 역할을 했다. 친구는 트럭에 취사도구와 음료수, 먹을거리 등을 싣고 다니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코스는 군산을 시작으로 김제, 부안, 그리고 정읍에 이르는 호남평야 50km. 실제 라운드한 거리는 25km다. 김씨는 "바람을 등진 채 이동하려고 군산을 출발해 고향인 정읍에 도달하는 코스를 선택했다"며 "중간 중간 동진강과 만경강 등 크고 작은 강과 하천, 그리고 도로 등을 건너느라 실제 라운드 거리는 절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벼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티 삼아 샷을 날렸다. 보리가 심어진 논에서는 작물 보호를 위해 휴대용 매트 위에 볼을 올린 후 샷을 이어갔다. 신발은 골프화 대신 장화를 신었다. 샷은 주로 5번, 7번, 9번 아이언을 이용했다.그나마 논바닥에 단단히 얼어 발이 빠지지는 않은게 다행, 한파에 중간중간 친구가 피워둔 모닥불을 수차례 몸을 녹이며 라운드를 펼쳐야 했다.
한파 속 호남평야 50km, 어느 귀농인의 기이한 '골프' 종단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라운드는 호남평야를 한 홀로 간주하고 군산에서 티샷을 날린 후 최종 목적지인 정읍에서 홀아웃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린은 집앞 논바닥에 농업용 보온덮개를 깐 뒤 중간쯤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 깃대는 김씨 집 주변 대나무를 잘라 꽂았다. 본래 김씨는 현역기자 시절 여러 차례 싱글을 기록한 적 있다. 이번에 김씨가 정한 25km짜리 한 홀의 기준 타수는 178타. 하지만 사흘 동안 34개의 볼을 잃어 버렸다. 최종 스코어는 103오버파 281타. 첫날 바람이 심한데다 제법 자란 보리 싹에 볼이 잠기고, 어떤 곳에서는 논바닥에 박히는 바람에 로스트 볼이 많았던 탓이다.

김씨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날 날씨가 너무 추워 야영을 하지 못 했다. 대신 이튿날 밖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을 먹으며 친구와 나눈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무모한 도전은 기꺼이 함께 준비하고, 동행해준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정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퍼팅을 마친 후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로 기나긴 라운드를 끝냈다. 두 사람은 내년에 함께 샷을 날릴 예정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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