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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녀벽 깬 박찬구 회장에 걸려온 '금호家'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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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열다섯 살 많은 누님과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들이 '잘한 선택'이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만큼) 가문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남자에게만 상속한다'는 오랜 관례를 깨뜨리고 차녀인 박주형씨에게 금호석유 화학 지분 매입 기회를 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결단을 받아들이는 금호가(家)의 반응이다.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건 장본인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장녀 박경애씨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박 창업주의 장남 고 박성용 회장의 자녀들이다.

지난 16일 금호석유화학 단합 등반대회에서 만난 기자에게 "금녀(禁女)의 벽을 깼다는 내용의 기사(본지 1월10일자 1면 참조)를 인터넷으로 접하고 미국에서 조카들이 축하 전화를 해 왔다"고 말을 건넨 박 회장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금호일가의 반응을 크게 반겨 하는 분위기였다.
전화를 걸어 온 양측 모두 금호가의 계통을 받드는 큰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 선택에 대한 가문의 평가는 내려졌다'는 식으로 그간의 심경을 전달한 우회적 화법이다. 70여년간 지속된 가문의 '금녀' 전통을 깨뜨린 자신의 선택을 혹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않을까' 했던 박 회장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내용의 핵심은 '여성을 가문의 정식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박 회장은 "조카들은 물론 최근에는 누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딸(박주형) 지분 매입 결정을 축하해 줬다"며 "딸도 스스로 본인을 인정해 주는 것처럼 받아들였고, 이 선택을 나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분 매입을 넘어 경영 직접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 회장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애정이 있고 잘하고 있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자신의 딸을 '스카웃 대상'으로 표현한 셈이다. 평소 실력 있는 여성 인재 등용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 리더의 자질은 성(性)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고 능력으로 평가한다'는 철학을 믿고 이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박 회장. 가문의 금기를 과감히 깬 그의 열린 경영철학이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인재 등용을 촉발시킬 수 있는 작지만 큰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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