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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우리는 너무 서두르고, 거칠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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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탐하지 않은 삶]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사는게 각박하다. 날로 욕망을 주체 못해 허덕인다. 마음은 언제나 가난하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보고서와 실적, 경쟁에 휩싸여 삶을 탕진하고 집, 자동차, 재물과 명예 등 수많은 욕망에 스스로를 괴롭히기 일쑤다. 집을 가지고도 더 넓은 집을 찾아 헤멘다. 심한 경우 빚더미에 올라 파산 직전인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신음한다. 도시안은 이익과 개발의 단맛이 그리워 이곳 저곳을 기웃대는 인생들로 가득하다. 또한 실업, 연금, 노동, 육아 등 수많은 문제로 전쟁판과 같다.

다른 한편에선 '상처'를 치유하느라 많은 비용과 댓가를 치룬다. 알고 보면 그저 그런 상품이다. 실제로 힐링이라고 이름만 거창한 상품들로 온전히 상처를 치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힐링이란게 땀범벅에 눈물, 콧물 다 쏟아붇는 길거리 '매운 짬뽕' 만큼도 위무가 안 된다. 피곤한 마음에 당장 고농축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한순간 취한 것과 다를게 없다. 차라리 복통난 배 위에 옥도정끼를 바르니만 못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여년간 외딴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소박한 삶을 꾸린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여행 작가 김선미의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에는 욕망을 쫓느라 피폐해진 영혼에게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진짜 '힐링'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십대 중반, 150여년전의 소로우를 만나 그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고자 가족과 함께 외딴 시골 마을에 정착한다. 단순히 복잡한 도시를 도망친 은둔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목적을 가진 삶을 찾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책은 그들의 '월든'을 이루며 살았던 시절의 체험과 성찰에 대한 기록이다. 소로우는 1845~47년 매사추세츠 주 콩고드 숲 작은 호숫가 '월든'에서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산다. 또한 숲과 호수, 대자연에 파묻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특히 소로우는 극도로 절제된 생활과 노동, 사색을 통해 진정 행복이 충만한 인생을 구현한다. 소로우의 저작 '월든:숲속의 생활 Walden;or, Life in the Woods'은 오늘날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삶의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소로우의 삶처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대신 소박한 식탁을 꾸리는 일, 아이들과 자연과 교감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법, 자연이 주는 즐거움, 소박함 등을 실천해 나간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가 서른가지로 구성돼 있다. 나아가 도시 생활의 문제는 물론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다시금 되새겨봄으로써 더 나은 삶의 해답을 제시해준다. 저자의 생활은 "매일 반복되는 안온한 일상을 깨는 가장 큰 모험"으로 시작해 "빛과 결이 달라지는 풍경을 읽는 소임"을 수행하며 "세월 앞에 질줄 아는 진정한 용기"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날의 나는 '월든'에 가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사는 곳이 어디든 그곳을 '월든'으로 만들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겨우 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마저 가난하게 느껴지는 시절이지만 더는 '월든'을 찾아 헤메고 싶지 않다. 어딘가 가고자 마음 먹었다면 이미 그곳에 도달한 것이다."

(소로우의 탐하지 않은 삶/김선미 지음/위즈덤하우스 출간/값 128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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