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홍 KDB생명 사장
조재홍 KDB생명 사장은 사내에서 소위 정직 전도사로 통한다. 임직원들과 기회가 닿을 때 마다 정직에 대한 강연을 자처할 정도다. 지난달에도 신입사원과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으로 설파작업을 이어나갔다. 한달에 평균 2회꼴로 정직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보험업은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업종입니다. 보험은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의 믿음이 있어야 회사가 운영될 수 있습니다. 회사 구성원 개개인의 인성과 정직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정직하지 않으면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의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그동안 고객을 기만하고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원인 또한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보험업이 신뢰를 잃게 된 것은 업(業) 자체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려고 하니 편법을 찾게 되는 것이죠. 고객과 접점에 있는 설계사 역시 편법에 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그에게는 지난해 겪은 충격적인 사건이 악몽처럼 남아 있다. 자사 지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개받은 우수설계사가 알고 보니 온갖 거짓말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다.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조 사장 입장에서는 기가찰 노릇이었다.
조 사장은 이에 대해 "정말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오히려 '정직'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으로 삼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조 사장은 'KDB생명인상(像)'을 준비중에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인(社會人)' '고객 앞에 정직한 보험인(保險人)' '비전을 향한 열정적 성취인(成就人)'이라는 세가지 덕목을 최종적으로 가다듬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비전 달성을 위한 마음가짐"이라면서 "정직 만큼은 인재상에 반드시 넣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삼성생명 재직시절 교육부서에 몸담으면서 생명보험인의 자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강연을 한다고 해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고객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정직에 대한 신념이 느껴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