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검찰은 지난해 초 SK텔레콤 등 계열사 18곳이 펀드 투자를 목적으로 출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계열사 임원 인센티브 보너스를 부풀린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139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최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꾸려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재계를 향해 칼날이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부터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건설업체 비리, 유통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이 불거져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에 이은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화두에서 사라진 적이 없는 만큼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 역시 잦아든 적은 없다. 최근 강조되는 '경제민주화' 역시 늘 제기돼 온 '재벌개혁'의 새 이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사법부가 경제발전에 대한 공헌 등을 이유로 재벌총수들에 대해 집행유예 공식을 세워왔던 만큼이나, 사정당국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재벌에 칼 끝을 겨누기란 쉽지 않았다. 정권교체기 유독 재벌을 향한 검찰 칼끝이 매섭게 돌아가는 배경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경제 구상을 내놓고 그 실현 여부 역시 재벌하기 나름에 따른 '재벌 길들이기'의 필요성이 한 몫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견 시장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경제문제를 둘러싼 칼 끝이 재벌을 향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교묘하게 정권 교체기에 발맞춘 검찰 행보를 두고 정치권력과 입맞춤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고위 검사는 그러나 "차려진 판이라도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재벌을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지만 수사를 할 때 만큼은 원칙대로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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