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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유안진의 '태반색(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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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밝음보다 눈밝은 어둠을 위해서/대낮에도 검은 옷을 입는다/검정에 담기면 눈이 더 밝아져/오염을 흡수하는 개펄이 보이고/절망으로 기어드는 후회들이 보여//잠자지 않고는 꿈꿀 수 없지만/검은 옷을 입으면 자장가 없이도 단잠 깊이 들어/꿈이 더 잘 태어나고/(......)

유안진의 '태반색(色)' 중에서'

■ 인간과 인간은 아무리 사랑해도 완벽하게 붙어있을 순 없지만, 모체와 태아의 경우는 다르다. 태반은 그 두 존재를 이은 공유부분이다. 가스와 영양소, 그리고 호르몬이 그 채널을 오간다. 태반의 색이 검은 색인 것은 모르겠다. 시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 아니겠는가. 노자의 '검은 암소(玄牝)의 문'이 존재론적인 태반을 가리킨다면 더더욱 그렇다. 검다는 것. 이것이 밝음을 만들어내는 힘이며 단잠과 꿈을 만들어내는 힘이며 눈부신 존재를 만들어내는 바탕이라는 사유. 이거, 매력적인 통찰이 아닌가.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왜 인간은 어둠이 찾아오면 잠을 잘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 어둠은 생명 전부가 태어나기 전의 어둠, 그리고 생명 전부가 다시 돌아갈 어둠의, 간결한 예고편이기에 죽음 혹은 영원한 부재(不在)와 비슷한 형식인 잠을 통해, 존재의 겸허와 소박을 회복하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우린 모두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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