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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물가 현장점검]꽁꽁 언 재래시장 "설대목 기억도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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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부시장(왼쪽)과 마포공덕시장(오른쪽)은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인 반면 홈플러스 금천점(가운데)은 저녁 장을 보려는 손님들도 붐비고 있다.

▲26일 중부시장(왼쪽)과 마포공덕시장(오른쪽)은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인 반면 홈플러스 금천점(가운데)은 저녁 장을 보려는 손님들도 붐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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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내가 30년 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던 적은 없었어. 날씨가 추워서 어디 오겠나 싶어. 설날에도 당일만 쉬고 일 해야지. 공판장 있을 때나 잘 됐지 여긴 먹자골목도 없고 중부시장은 이제 끝났어."

칼바람이 절정을 이뤄 체감기온 영하 20도에 육박했던 26일, 서울시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의 한 상인은 마스크와 장갑, 귀마개, 목도리 등으로 온 몸을 감싼 채 이처럼 말했다.
그는 "작년 추석에는 그래도 장사가 좀 됐다"며 "올해 설은 날씨가 너무 추워 사람들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설 3~4일 전에 날씨가 좀 풀리면 괜찮아 지려나..."라고 말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곳 상인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어 표정을 직접 볼 수는 없었으나 근심 어린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

이날 만난 상인들 대부분은 올해 설날 '명절 특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날씨가 지나치게 추워진 탓도 있지만 채소와 생선 등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부시장에서 각 종 채소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3~4개씩 물건을 사던 주부들도 1~2개 꼭 필요한 것만 사간다"며 "배추나 무, 대파 가격은 떨어졌는데 시금치나 다른 채소 가격은 또 많이 올라서 장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언급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영하의 날씨에 고객들로 북적이긴 했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설 분위기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설에 필요한 국산 굴비 세트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지만 그 앞을 지나가는 고객들은 무심히 지나쳤다. 굴비 판매 담당자는 체감하기에 매출이 30% 가량은 감소한 것 같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금천점에서 장을 본 한 주부는 "설이 가까워오면 과일값이 더 오를까봐 미리 사과와 배 등을 보고 있다"며 "제사상을 올릴 만한 크기의 과일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족발골목으로 유명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마포·공덕시장은 뚝 떨어진 기온만큼 손님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길에선 손님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온 손님 몇 명 뿐 이었다. 마포공덕시장은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난로를 피워 둔 채 간신히 얼은 몸을 녹이는 중이었다. 수십 년 째 생선 장사를 해온 부부는 멀뚱하게 앉아 손님만 기다리고 있었다.

생선 장사를 하는 상인은 "혹시나 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 쪽 물건이 훨씬 더 질이 좋은데 왜 다들 대형마트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IMF 때보다 훨씬 더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며 "단골들이나 한 번씩 오는데 그 사람들이 맨날 생선 사먹는 것도 아니라 힘들다"고 언급했다.

마포공덕시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상인은 "선거철에 원래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경기가 좀 풀리면서 장사가 잘 될 거라 예상했는데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설날이 가까워지면 경기가 풀릴 것으로 내다보는 상인들도 있었다.

중부시장의 한 상인은 "설날 당일 오전까지는 우리 일 한다"며 "혹시 제품을 급하게 찾으려는 손님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장사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좀 이르지만 설날 대목아래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려고 하던 손님들이 비싼 가격에 이곳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중부시장에 들린 주부 김모(49)씨는 "아직 설날 장을 보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 제수용품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형마트보다는 시장이 가격도 저렴하고 물건의 품질도 훨씬 좋다"고 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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