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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금연·다이어트 계획 세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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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해 삶에 대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필자가 연말, 연초 강의에서 꼭 하는 질문이다. 사실 황당한 질문이다. 갑자기 자기 인생을 점수로 매기라니! 그런데 신기한 현상은 어딜 가든 대답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70점, 아니면 80점이다. 추가 질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당신이 살아온 삶을 새해에도 추천하시겠습니까?" '추천한다'는 10점 또는 9점, '보류'는 8점 또는 7점, '추천하지 않겠다'는 1점에서 6점으로 매겨보라고 한다. 이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7점 또는 8점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들 비슷한 평가를 내놓는 것일까? 각자 분명 만족스러운 일들과 후회되는 일들이 다양하게 있었을 텐데, 어떻게 평가는 예외 없이 7점이나 8점인 것일까?
한 해를 되돌아보며, 삶에 대해 성찰하고 평가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다. 스스로 잘한 것은 칭찬하고 부족한 것은 반성해야 삶에 발전이 있다. 문제는 평가 방법이다. 대부분 특별한 기준 없이 느낌만으로 평가를 한다. 그러다 보니 막연하게, 혹은 무난하게 한 해 점수를 '보류'인 7점, 8점을 주게 된다. 결국 제대로 된 기준이 없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안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기준은 무엇일까? 기업에서 한 해가 지나 성과를 평가할 때, 연초 목표에 따른 달성 정도가 그 기준이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연초에 세웠던 한 해 계획이 기준이 될 때, 한 해의 처음과 끝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삶이 조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그럼 한 해의 시작이자 평가의 척도인 새 해의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보통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담배를 끊겠다', '몸무게를 줄이겠다', '자격증을 따겠다', '책을 많이 읽겠다' 등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이런 계획들은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는 중대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삶의 가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며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나, 가족, 회사,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 '담배를 끊겠다'는 다짐의 진짜 이유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몸무게를 줄이겠다'도 마찬가지다. 가장이라면 가족을 부양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미혼이라면 보다 매력적인 외모를 만들어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고자 하거나, 하고 싶은 것들에 도전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일 수 있다. '자격증을 따겠다'도 자격증 모으는 것이 취미가 아닌 이상, 내가 원하는 직장,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서일 것이다.

'금연', '다이어트' 등이 새해계획 자체가 된다면, 행위에만 집착해 쉽게 의지가 약해지거나 그 의미를 잃어버려 의욕조차 상실해 버리기 쉽다. 따라서 내 삶의 가치를 먼저 분명히 부여하고, 그런 다음에 그에 따른 세부계획으로 '금연', '다이어트'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새해 계획은 한 달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우는 것이 좋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가족, 직장, 나의 꿈, 가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직장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꿈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새해도 벌써 3주나 흘렀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내 인생의 가치를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보자. 그래서 올 한 해가 다 지날 즈음에 당당하게 10점을 줄 수 있는 행복한 새해를 다시 계획해 보자.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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