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스크의 유형은 다양하다. 우선 오너 리스크를 들 수 있다.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인해 오너가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이나 태광그룹도 오너 리스크의 한 사례다.
법질서를 훼손한 오너들은 건강상의 이유나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 등을 내세워 선처를 받아 경영현장에 복귀했고, 또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신한금융그룹내 최고경영진간 고소와 맞고소가 벌어졌던 이른바 신한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신한금융그룹은 CEO 1인한테 의존하던 경영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사달이 났다. 과정이 어찌됐건 그 결과 그룹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신한사태의 후폭풍은 관련 경영진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뒷얘기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지만 패가 갈린 직원들간 앙금은 여전히 수면 아래 숨어 있다. 그에 따른 보복(?) 인사도 있다는 불만들이 그룹 내부에서 스스럼없이 나온다.
신한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하나금융그룹의 CEO는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조직 구성원의 경각심이야말로 CEO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낙하산도 CEO 리스크에서 뺄 수 없는 유형이다. 이 역시 산업 현장보다 금융권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정권이 바뀌면 훨씬 더 많은 낙하산(주로 학연ㆍ지연으로 만들어진 낙하산)이 금융권에 떨어졌다. 요즘은 비전문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학연ㆍ지연에 업무 관련성이라는 색칠을 한 기능성 낙하산이 주로 등장한다.
낙하산 리스크는 정권교체기만 되면 주기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위에 언급한 리스크보다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지속되고 반복된 낙하산은 조직을 병들게 한다. 낙하산을 예상한 금융권의 줄서기, 줄대기는 이미 관행화된 듯 하다.
일 하는 사람보다 줄 잘 서는 인사가 조직에서 잘 나간다면 결국은 조직 전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권을 등에 업은 이런 낙하산의 경우 끗발은 길어야 5년이다.
이런 조직을 건강한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이라 할 수 없다.
정권 끝자락인 지금, 금융권이 오는 2월25일 이후 인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가계부채'나 '재무건전성' 이상의 금융권 리스크를 보게 된다. '함께 사는 세상'과 '기대어 사는 세상'은 다르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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