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감정평가사들의 금융권 이동이 이채롭다. 금융권과 감정평가업계가 담보물 감정평가 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그 와중에도 은행들은 감정평가사 채용을 늘려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5곳(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중 국민, 우리, 신한, 외환 등 4곳이 지난해 각각 2명씩 감정평가사를 신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담보물건 자체평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은행별로 보면 가장 많은 감정평가사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은 KB국민은행(13명)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2010년 5명의 감정평가사를 채용했는데 2011년 6명을 충원했다. 지난해 2명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현재 13명의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법인들의 평가결과를 검토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명을 충원해 총 9명의 감정평가사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2명을 충원하며 총 7명의 감정평가사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2명을 충원해 총 5명을,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충원 없이 총 3명의 감정평가사를 두고 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은행에서 근무하는 감정평가사들이 각 법인들의 감정평가 결과 사정업무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등 기타 업무도 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고액연봉을 받는 감정평가사가 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의 영향이 크다. 매년 최소 200여명의 감정평가사들이 배출되지만 경기 침체로 일감은 점점 줄고 있는 데다 한국감정원의 업무 개편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가 힘들어지면서 감정평가사 시험 지원자도 매년 줄고 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제 18회 시험에는 5877명이 접수했다. 이후 지원자는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2174명에 그쳐 63.1%나 감소했다.
감정평가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하면 법인 등에서 1년 간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 받아주는 곳이 없어 협회에서 강제 할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은행에도 감정평가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자체 감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면 아래로 내려간 은행업감독규정 개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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