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KCB등 평가 공개 중단.."등급정보 장사만 열올려"
일각선 "경기악화 분위기 자극 말라는 당국 입김 작용"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리스크를 정밀 진단해야 할 신용평가사들이 가계에 대한 신용평가 부문에선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가계 신용의 분석ㆍ평가 역할은 소홀한 채 '등급정보 장사'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이스의 경우 지난해 1분기까지 '신용불량 신규발생지수'를 산정, 대외적으로 그 수치를 제공했다. '신용불량 신규발생지수'란 매월 새로 발생하는 신용불량자를 지수화 한 것으로 그 수치가 높을수록 신용불량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마지막 수치인 지난해 3월 해당 지수는 20.80을 기록, 전년 4월 16.83보다 큰 폭 상승했다.
그러나 나이스는 최근 이 지수를 일부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비공개 정보'로 전환했다. 아울러 그 배경에 대해서는 '내부방침'이라고 함구했다.
KCB 관계자는 "해당 지수의 한계점 등을 보완해 새로운 시스템을 재개발 중"이라면서 "당분간 관련 지수의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수가 개발ㆍ발표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가능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및 가계 신용의 변화 및 상황을 시장과 가까이에서 분석ㆍ평가 할 수 있는 민간 신평사들이 가계 신용 평가 업무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들의 경우 민간이긴 하지만 가계 신용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소비자 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 "단순히 등급장사에만 그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신용 정보 비공개 움직임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한국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데, 민간이 유사한 수치 발표로 경기 악화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피감기관으로서 이런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