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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요즘 기업탐정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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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쫓던 그들, 뇌물수수·내부 고발자 수색으로 '일감' 바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화의 영향으로 탐정이 각광 받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월 5일자)가 소개한 탐정이란 셜록 홈즈처럼 다이아몬드나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기업이 거래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지, 직원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주는 사람이다.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기업탐정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탐정업은 이미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탐정업체로 미국 뉴욕 맨해튼 검사 출신인 줄스 크롤이 세운 크롤을 꼽을 수 있다. 1972년 출범한 크롤은 전직 기자, 검사, 컴퓨터 전문가, 회계사, 탐사보도 전문 기자 등을 고용해 세계 곳곳에서 탐정업무에 나섰다.

기업탐정의 업무는 다양하다. 과거에는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상대방 업체의 뒤를 조사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M&A가 주춤해지면서 다른 일들이 새로운 업무에 포함됐다. 일례로 기업이 자사 직원의 법률 위반이나 뇌물 수수 여부를 파악한다든지 내부고발자를 찾는 것 등이다. 기업의 재무 내용이나 기술력을 상세히 조사ㆍ평가하는 작업도 기업탐정 업무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미국 뉴욕 소재 기업탐정업체 민츠 그룹은 2만건에 이르는 조사ㆍ평가 업무를 실시했다. 2010년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일부 고객의 경우 자기가 맡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기업탐정에게 불황은 문제될 게 없다. 불경기에는 잘못된 결정 하나만으로도 기업이 망할 수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나 앨런 스탠퍼드 같은 사기꾼의 초대형 사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심리가 더 강해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의사결정에 앞서 기업탐정에게 정보수집을 의뢰한다.

고객 기반도 더 탄탄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중국에서처럼 투자 대상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기업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헤지펀드나 사모회사는 중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그 결과 기업탐정들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자체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탐정에 의존하는 기업도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세계 곳곳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부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탐정이 동원된다. 몇몇 기업의 경우 기업탐정에게 자사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해 부정 여부를 찾아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탐정업체는 사이버 공격이나 사이버 스파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보안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관련 투자도 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업무가 늘어 살펴볼 서류를 미리 추려야 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크롤은 지난해 사내 연구개발(R&D) 부서 규모를 앞으로 5년 안에 2배로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크롤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료 분석팀이 핵심 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탐정이 각광 받다 보니 구인난은 심각하다. 기업탐정 스카우트 전문가 케시 라빈더는 "기업탐정 및 보안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 이들의 급여는 2010년 이래 20~25%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업탐정업이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기업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보안 전문 업체들이 기업탐정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딜로이트 같은 회계업체도 비공식 기업탐정 업무 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들도 조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기업탐정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루이스 프리흐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은 로펌 페퍼 해밀턴에 취업해 화제가 됐다.

기업탐정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FTI 컨설팅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매출만 1억7700만달러(약 1882억원), 영업이익은 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FTI는 과거 메이도프의 사기 사건을 파헤치는 데 크게 한몫했다.

기업탐정업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상당수 기업은 사이버 보안을 외부 전문 업체에 의존하기보다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치열한 경쟁도 기업탐정업체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사건 의뢰 규모가 크다 싶으면 이를 수주하기 위해 15개 이상의 기업탐정업체가 달라붙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각국이 탐정업을 규제하고 나선 것도 걸림돌이다. 영국 당국은 뉴스코프의 전화 해킹 사건 이후 경각심이 높아져 탐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의회도 탐정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업탐정도 먹고 살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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