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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소총의 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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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소총의 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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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기관총의 역사는 1860년대로 올라간다. 의사였던 리처드 조던 개틀링(Richard Jordan Gatling) 박사가 미국 남북전쟁 당시 하나의 발사장치에 여러 개의 총신을 붙인 기관총을 개발했다. 볼품 없는 모양새였지만 획기적이었다.세월이 흘러 성능이 개량된 기관총은 미국의 M60이다. 한국군도 1960년대 말부터 분대지원화기로 사용하고 있다.

기관총의 역사가 최근 다시 쓰였다. 국내방산기업인 S&T모티브가 차세대기관총인 K12 기관총를 개발해 우리군에 지난해 9월부터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군의 주력화기가될 K12을 보기 위해 부산에 위치한 S&T모티브를 지난달 16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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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모티브는 당초 (故)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군수공장으로 출발했다. 박 전대통령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있다. 1공장 본관 앞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밀조병(精密造兵)' 휘호가 새겨진 돌이 중심을 잡고 있다. 정밀조병은 '정밀하게 병기를 만든다'는 뜻. 그 앞에 S&T그룹의 최평규 회장의 '조병1번지(造兵一蕃地)'는 문구를 새긴 돌도 국산화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2만3000㎡(7000평)규모의 1공장안으로 들어가자 소총의 부품이 가득했다. 은색빛의 부품들은 각 공정라인에 정리되어 나란히 놓여있었지만 어느 소총에 들어가는 부품인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멋들어진 K계열 소총들이 일렬로 놓여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랐다. 공장 라인마다 일반특수강재질의 소총부품을 정밀가공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회사 하두현 생산팀장은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400여명정도"라며 "소총의 종류에 관계없이 가공공정팀은 가공만, 드릴공정팀은 드릴공정만 한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공정라인선인 노란선안에 부품들이 종류별로 정돈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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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라인에 들어서니 총열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총기종류만큼이나 크기도 제각각 이었다. 명품무기라 손꼽히는 K-11복합소총 총열도 보였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명품소총 총열이지만 기자눈에는 쇠파이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색공정라인에 들어서니 쇠파이프로만 보이던 부품들이 모양새를 드러냈다. 소총부품의 도색을 위해서는 모래가루 작업이 필수다. 모래가루를 강한 압력으로 쏴 소총표면에 미세한 상처를 입힌다. 그래야만 도색이 잘되고 벗겨지 않는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한쪽에서는 수출용 K5권총을 수작업으로 도색하고 있었다. 수입국의 환경에 맞게 황토색으로 도색을 하는 등 전시상황 요구에 맞춰준다.

옆라인으로 옮기니 한직원이 모든 생산 총열에 고압탄을 장착하고 있었다. 고압탄을 장착해 강압적으로 탄을 발사했다. 탄이 총열에 얼마나 잘 빠져나가는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이 검사는 모든 총열을 다 적용된다고 했다. 1만정을 생산하면 고압탄도 1만개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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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라인을 지나 조립동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우리군이 사용하는 각종 소총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장착할 K12기관총도 듬직하게 조립동을 체우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K12기관총을 가리키며 "항공기용 개머리, 지지대 등을 포함해 부품수만 140여개"라면서 "다른 소총에 비해 부품도 많은 만큼 품질검사만 30%정도 더 한다"고 말했다.

K-12는 항공기가 지상에 착륙하면 항공기지지대와 분리해 보병들이 사용할 수 있다. 항공기 탑재용과 지상용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장점은 또 있다. 총열은 손잡이만 돌려 교체하면 된다. 기존 M60의 경우 분당 550~600발을 쏘고나면 총신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손잡이가 없어 장병들은 뜨거운 총열을 직접 만져야 했다. K12는 손잡이가 있어 안전성과 신속성도 더 했다.

특히 K-12는 화염이 적어 야간사격때도 적에게 노출이 적고 완충시스템을 장착해 사격시 진동이 M60의 10%에 불과해 장병들의 피로도가 훨씬 덜하다. 또 분대 지원기관총인 K3가 5.56mm 탄환을 사용하는 데 비해 K12는 7.62mm 탄환을 쏘는 만큼 파괴력이 커 훨씬 강력한 화력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 팀장은 "전차 탑재용 등을 추가로 개발할 경우 다른 K-12 기관총들과 부품을 교환 할 수 있어 전시에 효과적으로 전투준비태세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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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사격장으로 옮겨 항공용방아쇠장비가 장착되어 있는 K-12를 사격해봤다. 항공기에 장착된 것을 가정한 것이다. 항공용 방아쇠장비를 분리하면 바로 보병용 개머리판이 나온다. 이날 실탄은 총 50발. 탄수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5초만에 총알을 모두 쐈다. 분당 850발을 자랑하는 소총다웠다. 귀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손끝에서는 강한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이어진 사격은 S&T모티브가 자체개발해 최근 군에 납품한 K14저격용소총. 최근 군에 납품이 결정된 K14는 유효사거리 800m에서 발사할 경우 미군의 국방규격에도 문제 없다. 미군 국방규격을 통과하려면 1MOA를 모두 통과해야한다. 1MOA규격은 5발을 발사해 100야드는 1인치, 200야드는 2인치, 300야드는 3인치안에 모두 명중해야한다.

K14의 무게는 5.5kg로 현재 707특임대, 해군특수전 전대, 헌병 특경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msg-90저격소총(6.40kg)보다 가벼워 기동성도 높였다.

민간인은 처음 쏴본다는 관계자말에 손끝이 금새 떨려왔다. 추운날씨에 찬바닥에 엎드려 조준경을 들여다봤다. 50m앞에 목표물은 조준경을 꽉 채웠다. 순간 발사. 급작스런 발사에 기자도 놀랬다.

문일관 특수품질보증 파트장은 "일반 병사들의 K2소총은 방아쇠를 3~4mm정도 당겨야 발사되지만 저격용소총은 1mm만 당겨도 발사된다"며 "저격수들은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총사격을 체험하고 나니 초저녁. 날씨가 쌀쌀하다고 느꼈지만 직원들의 소총에 대한 열정은 추위도 모른 듯 했다. 이런 열정은 돌에 새겨진 정밀조병의 초심이 변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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