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기억 속에서 5년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바로 급여다. '결코 낮지 않은 임금 수준' '올해 임금인상률 2.8%'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향 조정' 등을 놓고 보면 이들의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금감원의 한 고참급 국장은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에 근무하는 지인을 찾아가 급여명세서를 내미니 '연차가 낮은 지점장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10년이나 어린 지점장과 연봉이 비슷하다고 하니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여보다 이들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건 '신분'이다. 민간인과 공무원 사이라는 '경계인'이 '잃어버린 5년'을 부른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씁쓸해하는 진짜 이유다.
연봉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인상률도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따랐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외부 위원들이 금감원 임직원들의 임금을 매년 결정하는데 '하급기관이 상급기관 보다 높게 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정한 연봉을 깎을 수도 없어 인상률만 공무원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무자본 특수법인'으로는 한국은행이 있지만 급여수준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 준하는 제재를 받아야 하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게 낫지 않냐'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별정직 공무원이 되면 현재처럼 급여 변화는 없는 대신 퇴직후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 확대에 따른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정권 교체기를 맞은 요즘, 금융감독에 대한 관심사는 체제개편에 쏠려 있다. 금감원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구성원 입장에서도 이는 중요한 문제다.
이들의 속내는 체제 보다 신분의 안정화를 더 원할지 모른다. 이들 '경계인'은 업무 뿐 아니라 신분에 대한 누적된 피로도 호소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인 요즘, 금융감독체제가 어떻게 바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직 뿐 아니라 업무의 활력을 따진다면 이제는 구성원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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