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과 짠물. 경제민주화를 다루는 새누리당 내 조류는 둘로 나뉜다. 정책통의 출신 학교에 따라 성향은 갈린다. '민물(fresh water) 경제학파'와 '짠물 경제학파'는 본래 미국 경제학계의 흐름을 이르는 말이다. 하버드대처럼 바다에 가깝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학풍을 '짠물학파'로, 위스콘신이나 카네기멜론대처럼 5대 호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유방임 성향이 강한 학풍을 '민물학파'로 부른다.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성격상 당내 다수는 민물학파다. 대선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낸 최경환 의원과 캠프 정책메시지본부장을 지낸 안종범 의원, 강석훈 의원은 모두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했다. 요사이 박 당선인과 관계가 소원해졌다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있는 유승민 의원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일리노이주립대 출신 김현숙 의원과 노던일리노이대를 나온 서병수 사무총장도 온건하다. 이들은 과도한 시장개입을 우려한다. 정책은 현상 왜곡을 바로잡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고 본다. 시장의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정책에 반대한다.
반면 짠물학파는 강경하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UCLA 출신인 이혜훈 최고위원과 예일 출신 남경필 의원 등이 이 부류다. 이들은 남 의원이 이끄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에서도 확실한 색깔을 드러냈다.
이렇게 머릿수로는 여전히 민물학파가 우세다. 하지만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열풍은 여야를 이란성 쌍둥이로 만들어놨다. 민심이었다. 그러니 여론의 향배에 따라 새 정부가 내놓을 정책은 제법 '짭짤해' 질 가능성도 있다. 큰 물인 민물이 짠물의 조류에 휩쓸리는 꼴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좀 더 짭짤한' 약속을 했던 야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속도전도 선명성 경쟁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물과 짠물의 균형, 인수위 단계부터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화두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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