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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우리 푸어(Poor)들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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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최근 9ㆍ10 대책 마지막달 시장 점검차 판교와 분당 중개업소들을 돌아보니 말 그대로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다. 일단 집 주위 아파트 단지 33평 매매값이 연초에 비해 1억원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에 가슴 한 구석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호가가 7억5000만원이었던 게 최근 실거래가가 6억원 선까지 떨어진 것이다. 올해 초 집을 팔고 전세로 이사를 한 후여서 매매값이 떨어지는 게 내심 반가웠다.

하지만 전셋값 얘기를 듣고는 이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계약 당시에 비해 전세금이 6000만원 가량 올랐고 호가는 1억원 가까이 뛴 상태였다.
두 가지 사실이 불안했다. 이 상태로 가다간 1년 후 재계약 시점에선 보증금이 1억원 안팎 오를 게 뻔하다는 생각에 달하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집 주인이 2억원의 대출을 끼고 있어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이른바 '속빈 아파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또 한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집값과 전셋값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최근 상태가 지속되는 한 이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지막엔 쓴 웃음이 지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푸어(Poor) 공화국'이다. 대다수의 주택 소유자는 집값이 반토막이 나며 대출금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하우스(House) 푸어고, 전세로 남의 집을 얻어 사는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증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렌트(Rent) 푸어다.
여윳돈으로 은행 신세를 지지않고 집을 산 극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푸어들인 셈이다.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걱정이고, 집을 사도 한숨 팔아도 한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활이 고달플 땐 나랏님을 찾기 마련. 정부에서 뭔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기대는 여러 정권에서의 배신을 경험한 이후에도 여전이 유효하다.

지금도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차기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푸어들을 구제해 줄 것이란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전ㆍ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만 봐도 이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전 정부는 부동산 폭등을 금융으로 막는 데 실패했고, 현 정부는 부동산 침체를 세제로 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

차기 정권의 부동산 대책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지만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한숨이 싹 가시지는 않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공공기관이 하우스 푸어들의 집의 일부를 매입해 대출금 상환토록 하는 지분매각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소득 계층별로 3단계로 나눠 지원하는 차등 지원제를 구상하고 있다. 렌트푸어 대책으로 박 후보는 집 주인이 대출을 대신 받아주고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돈 안드는 전세를, 문 후보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한번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약속했다. 이들 공약에 대해 부동산ㆍ금융 전문가들은 현실 적용가능성과 부작용 문제 등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물론 환부를 말끔히 치료하는 화타의 처방처럼 시장의 실패를 완벽히 치유하는 정부의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선 단순히 정권 연장이나 탈환의 목적이 아니라 정말 푸어들의 한숨을 덜 수 있는 정교함이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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