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모방, 창조적 응용 사이
‘좋겠어’와 ‘보여줄게’가 표절이라는 뜻이 아니다. 두 곡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비교된 곡들과 비슷하지만, 멜로디와 편곡의 디테일은 매우 다르다. 전개와 편곡의 아이디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음악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에는 다른 곡과 일부가 거의 같아도 어떤 방식으로 푸느냐에 따라 표절, 모방, 창조적 응용이 갈린다. 극단적으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는 표절 소송에 휘말렸지만, 그래미는 이 곡을 ‘올해의 노래’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래미는 표절 소송을 제기한 뮤지션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이 곡을 판단한 셈이다. 작곡가의 양심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곡가가 우연히 비슷한 곡을 만든 것인지, 표절할 의도였는지는 당사자만이 안다. 전세계적으로 표절이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된 이유다. 지금 이 시점의 대중음악의 모든 요소들을 검토해 표절 여부를 따지는 것 외에는 판단할 방법이 거의 없다. 김도훈은 과거 CNBLUE의 ‘외톨이야’가 표절 소송에 휘말렸지만, 법원에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 곡의 창작성을 논할 수는 있어도 표절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김도훈이 어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이런 가수들에게 곡을 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SM-YG-JYP가 김도훈에게 트렌드를 이끌어갈 댄스곡을 맡길 가능성이 낮다. 그들은 내부에 여러 프로듀서가 있다. 표절 시비를 겪어도 소속 프로듀서가 만든 곡에서 발생할 일이다. 필요하면 해외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을 수도 있다. JYP 소속이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를 맡는 2AM은 김도훈에게 ‘너도 나처럼’을 받았다. 하지만 조권의 솔로 타이틀곡은 세계적인 DJ 아비치가 만들었다. 또한 세 회사를 비롯해 씨스타나 티아라 같은 인지도 높은 걸 그룹은 해외 활동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게다가 인터넷은 인기 아이돌의 표절 시비에 민감하다. 인터넷도, 해외 진출도, 곡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작곡가도 없던 시절에는 정상의 인기 가수도 번안곡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인기 가수, 특히 인기 아이돌이 표절 시비로 치뤄야 할 대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가수에 맞춰, 유행에 벗어나지 않는 곡
에일리와 FT아일랜드 같은 팀들은 이런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중도, 미디어도 곡의 창작성과 완성도의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리얼리티 쇼 출연자도, 인디도 아니기에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가며 일정 수준 이상의 반응을 얻어낼 곡이 필요하다. 김도훈 같은 프리랜서 작곡가들은 이런 시장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최대한 빨리, 가수에 맞춰, 유행에 벗어나지 않는 곡을 만들어야 한다. 파격적인 시도는 의뢰한 회사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여러 가수에 맞춰 곡을 쓰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는 있어도 그에 필요한 시간은 확보하기 어렵다. 에일리의 데뷔곡 ‘Heaven’(링크)이 비욘세의 ‘If I were a boy’와 리한나의 ‘Umbrella’(링크) 등을, FT아일랜드의 이번 앨범에 수록된 ‘Stay with me’(링크)가 오프스프링의 ‘You're gonna go far, Kid’(링크)를 연상시킨다. 두 곡은 김도훈이 만들지 않았다. 두 팀의 노래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노래’이곤 하는 것은 그들 소속사의 책임도 분명하게 있는 셈이다. 최소한 소속사는 발표하는 곡이 해외의 유명 곡들과 비슷한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그래도 음원이 팔리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 김도훈 같은 작곡가가 활동할 시장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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