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을 맞이하는 그리스에서는 두 개의 전혀 상반된 풍경이 그려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TV속에서는 그리스 대통령 궁을 찾은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정치지도자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등장했지만,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과 메르켈의 사진이 피켓을 든 시민들이 투석전을 벌였고 경찰들은 이들을 향해 최루탄으로 응사하는 등 큰 충돌이 벌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그리스의 좋은 파트너이자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리스 경제에 직면한 터널 끝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낙관적인 입장 외에도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에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지만 그게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지속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그리스 방문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말 안듣는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처럼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며 “이 부분은 높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전직 장관들도 추가적인 채무재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IMF가 제시한 수치들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는 2008년에 멈춰섰는데, 그리스 GDP의 4분의 1가량을 잃어버린 뒤쯤에나 다시금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두카스 전 그리스 재무 차관은 “채무재조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그리스의 채무는 상환될 수 없다”며 “그리스 경제는 너무 취약한 상황이라 3000억유로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및 유럽중앙은행(ECB)가 보유한 그리스 채권을 헤어컷(채권 원금 삭감) 해주거나 채권 상환 일정을 재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생각을 전제로 “그리스 채권 만기 시점을 15년 이상 연장해주고, 금리를 최소한 1.5%가량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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