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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빈섬의 '겨울 천리길 떠나는 홍낭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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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렵지 않소. 세상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나는 갈 것이오.(......)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소. 천리길이 멀다 하나 십리를 가면 구백구십리요, 그리운 사람과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니 여기 앉아 죽는 것보다 백배천배 낫소. 짐승들이 내 살을 찢어도 웃으며 죽을 것이며 짐승같은 사람들이 내 심장에 칼을 꽂아도 고맙게 죽을 것이오. 나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영원히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오. 가지못해도 간 것과 다름없고 가지못해도 다시 갈 것이오. 세상에 목숨으로 태어나 오직 하나 내 목숨의 의미가 된 사람, 그를 위해 가는 길이니 다른 것은 모두 우습고 하찮은 것이오. 오랑캐가 무섭다 하나 별들이 나를 데려갈 것이오. 내 심장 속에 벌떡이는 이 그리운 생각이 오직 고죽어른이 계신 곳을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두려운 것은 얼어죽고 자빠져죽고 먹잇감이 되어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못하고 이대로 죽는 것이오.(......)

■ 홍낭은 조선의 기생으로, 거울성에서 여진족과 싸우는 북도평사 최경창을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눈보라치는 겨울에 홀몸으로 국경 지역을 향해 떠난다. 떠나는 날, 홍낭의 말을 스토리시(詩)로 썼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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