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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용악 특집(7) '낡은 집' 여섯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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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홉 살 되던 해/사냥개 꿩을 쫓아다니는 겨울/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어데론지 사라지고 이튿날 아침/북쪽을 향한 발자욱만 눈 우에 떨고 있었다

■ 이 대목을 들면서, 많은 해설자들은 일제의 수탈에 못이겨 야반도주한 일가족의 참상을 리얼하게 고발하고 있다고 말을 한다. 물론 틀리지는 않은 설명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일본 유학생의 신분인 이용악이 일제 치하인 1938년에 쓴 시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이 시가 갖은 수탈로 대규모 유이민이 생겨난 것에 대한 저항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약간 오버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고향에서 일어난 불행한 일에 관한 담담한 진술에 가깝다. 그들이 야반도주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마을에 이런저런 빚이 늘어나 있지 않았을까. 산길을 넓혀놓은 차도와 일제 치하의 억압적인 상황들은, 한때 경기 좋던 '곡물중개상'을 빈털털이로 만들어버렸다. 소도 팔고 나귀도 팔더니 끝내 일곱 식구가 이고질 것도 없는 단촐한 차림으로 북쪽 눈길로 걸어가 버렸다. 그들이 도망갈 곳은 더 춥고 더 헐벗은 북쪽 뿐이다. 오죽 급했으면 눈내린 겨울밤에 그렇게 떠났을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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