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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마이너스 금리..유럽간 금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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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국가간 금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인 0.75%로 낮췄다. 0.25%였던 ECB의 초단기 예치금 금리도 사상 처음 제로 금리(0%)가 적용됐다.
시장관계자들은 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덴마크 중앙은행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했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유로에 크로네 가치를 연동하는 페그제를 고수해왔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 전 덴마크의 기준금리는 0.45%였고 초단기 예치금 금리는 0.05%였다. 덴마크 중앙은행이 유로 페그제를 고수하며 ECB를 따라 기준금리를 낮추면 덴마크의 초단기 예치금 금리는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즉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경우 오히려 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었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 전 덴마크 은행 업계는 중앙은행이 ECB를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업계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덴마크 중앙은행이 페그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덴마크의 선택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 덴마크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대출 금리와 초단기 예치금리를 각각 0.20%, -0.2%로 인하했다. ECB와 동일하게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하면서 페그제를 고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덴마크 중앙은행은 크로네 가치의 급격한 절상을 억제하고 수출업체를 돕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덴마크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금 규모는 지난 4일 1863억크로네였으나 10일 기준 1475억크로네로 줄었다. 지난달 중순 올해 최고 수준을 나타내며 유로당 7.43크로네 수준에서 거래되던 크로네화 가치는 최근 유로당 7.44크로네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스트래티지 이코노믹스의 창업자 매튜 린은 "아무도 더 이상 '투자자들의 천국(safe heven)'이 되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국이 과도한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불거지면서 견실한 경제를 보여줬던 북유럽의 스웨덴과 덴마크, 스위스는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 됐다. 최근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등은 잇달아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동시에 막대한 자금 유입에 따른 통화 가치 상승은 이들 북유럽 국가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의 최저 환율을 설정하고 이후 스위스프랑 강세가 심화되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풀면서 스위스프랑화 강세를 억제하고 있다. 덴마크의 마이너스 금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선택인 셈이다.

덴마크 등도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면서 거품 논란도 제기되고 있지만 덴마크가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를 선택했다고 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유럽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견조한 경제 기반을 감안하면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을 투자자들이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경상수지는 지난 5월 역대 최고인 137억크로네를 기록했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6% 수준으로 두 자리 수를 기록 중인 남유럽 국가들에 현저히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유로존 국가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에 불과하다. 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올해 4%를 약간 웃돌고 내년에는 2%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덴마크가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를 적용해도 유로 위기가 심화될 경우 해외자본이 덴마크에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유럽 외환 투자전략가인 이난 스탠나르드는 "유로존 자산에 노출된 투자자들에게는 북유럽 투자는 유로존 붕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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