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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최장혜|순결한 욕망 태양의 축복 過誤딛고 선 빛나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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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의 그림살롱 108회 | 서양화가 최장혜 ‘갈망’ 연작

아름다운 하모니, 72.7×60.6㎝ oil on canvas, 2012

아름다운 하모니, 72.7×60.6㎝ oil on canva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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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갔다 그리고 더욱 분명해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음으로 마음의 짐 내려놓아 펼쳤다. 하! 원래 그러한 미완의 필연(必然)들.

이슬, 눈물, 밤비 그리고 여자. 죄스러움과 미안함의 인과(因果). 달콤한 과즙이 한입 가득 번질 때 그때, 점점 커져가는 동경(憧憬). 복숭아 나무아래서 찍은 흑백사진을 놓고 떨어지면 공처럼 튕겨오를 것만 같은 담홍색 과실을 설명하다 반벙어리가 되었던 어느 하루였다. 탐스런 열매위에 망울지는 복사꽃 얼굴. 붉게 익어가는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밭에 드러누워 믿을 수 없어 나뭇잎만 쳐다보며 너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잘 익은 무른 복숭아 하나를 옥쟁반에 올려놓고 꽃의 시절을 떠올린다. 황홀한 향기의 꽃잎이 나부낀다. 사랑을 부르는가, 떠나려하는가. 후드득후드득 초여름 비 짓궂게 내리는 밤. 바람에 요란하게 법석을 떠는 나뭇잎처럼 내 맘 이다지도 떨릴 줄 몰랐네. 동그란 그대 눈동자를 보며 들떠 얼마나 두근거렸었는지. 자존심이었기에 푸념으로 들릴까 차마 그 말 꺼내지 못했었죠.

65.1×53㎝

6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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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하는 마음엔 씨앗이 없어 한 잔의 도화주에 씁쓸했던 청춘의 연정을 달래 봅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바래서 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한용운 詩, 거짓 이별>

바람이 나뭇잎의 떨림을 전해오는 새벽. 밀려오는 파도처럼 물결의 파상(波狀)은 허허로움을 일깨웠다. 흰 눈이 철부지놀이처럼 흩날리던 겨울날, ‘그러니 업신여기지 마라. 고독한 몸부림은 늘 앙상해 보이는 것’이라며 도시의 뒷골목 초라한 선술집서 절규하던 사내는 그토록 갈구하던 영혼을 만났을까. 아니면 지금도 가고 있는 도중일까.
72.7×53㎝

7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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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빛과 빗방울을 조율하던 잎의 역할은 마무리됐다. 메마른 가지 부질없다 말한 나그네 달변(達辯)은 꿈꾸는 자를 빗댄 허무한 애증에 불과한 것일 뿐 그는 사라졌다. 이제 바람과 물이 결실로 키워낸 치열은 가지마다에 빛깔 좋은 생명의 열매를 맺었다. 농익은 갈망을 더 이상 감출 수는 없는 담홍빛 표피는 우유살 같이 뽀얀 과육을 드러낼 듯 보들보들 얄따랗다. 아아! 누구인가. 터질 것 같은 관능의 저 매끄러운 고혹의 열매를 가지에서 내려놓을 자(者)는….

언덕의 정겨움, 서로 돌아봄
원두막에 앉아 초록 잎으로 길게 늘어선 회랑(回廊)같은 과수원 밭을 내려다보며 복숭아의 물컹하게 썩은 과육을 한 입 뱉어냈다. 백발의 노인은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시방 귀뚜라미가 우는겨? 잘못 들었나’라며 밭둑 옆 할머니 무덤 쪽으로 향긋한 과즙이 주르르 흐르는 주먹만 한 백도를 휙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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