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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라디오] 몽구스, 소년으로 완성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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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몽구스는 물리적 성장의 숙명을 거부하는 밴드입니다. 삼인조의 두 사람이 벌써 서른을 넘겼지만, 이들은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소년의 마음으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이들의 멜로디는 멤버들이 소년이었던 시절의 달큰한 공기를 머금습니다. 우주와 사랑, 춤과 여름, 서울과 한강 같은 단어들이 꿈과 낭만의 색채를 띄던 시절의 흔적은 몽구스의 채집망에 고스란히 잡혀 있습니다. 더 이상 날개짓을 볼 수는 없겠지만 조심스럽게 핀으로 고정해 둔 나비의 날개처럼, 밴드는 상상을 통해 더욱 생생해지는 이미지를 포착해 냅니다.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 과거, 그 자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다른 레트로 밴드와 변별됩니다. 노래를 듣는 순간 누구나 추억에 젖어들지만, 그 기억 속에 몽구스와 닮은 밴드는 아무래도 없으니까요.
몽구스의 새 EP <걸프렌드>는 그런 성장하지 않는 소년들의 성숙된 시절을 잘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기타를 더해서 보다 로킹한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했던 지난 앨범과 전혀 다른 온도를 보여주는 ‘보헤미안 걸프렌드’는 특히 이들이 자신의 장점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가를 설명합니다.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사인펜 그림처럼 섬세하게 다듬어진 건반은 언제고 비트 위로 번져나갈 준비가 되어 있으며, 간결한 멜랑콜리는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방 안에서 꿈만 꾸던 소년은 문을 열고 나가 소녀를 만났고, 신나게 춤을 췄고,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눈썹, 이마, 입술 모든 게 여전하지만 훌쩍 달라진 소년의 눈빛에는 지나간 계절의 일들이 쓰여 있습니다. 어쩌면 이 소년들은 영영 어른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몽구스를 통해 소년의 시절이 결코 금방 지나버리는 찰나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은 어른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그저 소년으로 완성되는 시간이겠지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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