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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걸스’에게도 <무한도전>에게도 비극적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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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밤> ‘무한걸스’ MBC 일 오후 5시 20분
공중파에 입성한 ‘무한걸스’가 첫 아이템으로 <무한도전>의 ‘무한상사’를 패러디한 ‘무걸출판사’를 선보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직장문화를 풍자한 ‘무한상사’ 시리즈는 후반으로 갈수록 <무한도전> 자체에 대한 자의식을 강하게 담아내며 조직사회에서의 힘겨운 생존법을 이야기했었다. 회장님 눈 밖에 난 무한상사 영업팀이 엄동설한에 사무실에서 옥상으로 내쫓겼던 에피소드의 한 장면은 현재 20주째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애잔하고 통렬하다. ‘무걸출판사’ 역시 ‘무한걸스’의 생존법에 대한 자의식을 담아낸다. 정글 같은 예능계에서 살아남기는 태생부터 ‘무한걸스’의 숙명이었다. <무한도전>의 스핀오프로서 아류작의 혐의에서 벗어나야 했고, 유일한 여성 단체 버라이어티로서 남초 문화를 이겨내야 했다. 여기에 최근의 공중파 입성은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걸출판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들의 애환은 ‘무한걸스’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자의식은 하반기 마케팅을 위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부분에서 더 잘 드러난다. “대한민국 예능을 알리자”는 안영미 인턴의 기획은 그 자체로 <우리들의 일밤>의 저조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짊어진 ‘무한걸스’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의식에도 불구하고 ‘무걸출판사’의 패러디는 한계가 분명했다. ‘무한상사’ 시리즈는 <무한도전>이 자의식을 반영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아이템을 스스로 자기비판하며 재해석을 보여줬기에 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잘 차린 부하 기획에 숟가락 얹기”가 주특기인 송은이 편집장의 아이디어 가로채기가 <무한도전>의 검증된 아이템을 손쉽게 빌려 쓴 데 대한 자기비판이었다면 그 부분을 더 의미심장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그리하여 ‘무걸출판사’ 결말에서 독선적으로 직원들의 감봉을 결정한 사장에 의해 기존 편집장이 내쫓긴 자리를 아부의 달인 김신영 과장이 차지하는 것은 미묘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것은 아직도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무한도전>에게도, 케이블이라는 매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가고 있던 ‘무한걸스’에게도 비극적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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