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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탈상’ 맞은 봉하마을, 눈물 대신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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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조선시대에 부모가 죽으면 양반들은 3년상을 치렀다. 3년간 묘 옆에 여막을 짓고 살며 부모님이 살아있을 때처럼 아침, 저녁으로 공양을 올린다.

애통한 마음이 너무 깊기에 1, 2년으론 불효를 잊지 못하나 3년이 되면 어지간한 슬픔도 잊을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공자도 “자식이 태어난 지 3년이 된 뒤라야 비로소 부모 품을 떠난다. 대체로 3년상은 천하의 공통된 법”이라고 말했다.
어지간한 슬픔을 잊을 수 있는 3년이란 기간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3년 탈상은 어딘지 홀가분하기 마련이다.

23일 봉하마을은 26도나 될 정도로 초여름 날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추도식장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만이 더위를 식혀줄 뿐 뜨거운 태양을 피할 곳이 없었다. 그런 땡볕과는 달리 추모객들은 차분했다. 눈물을 흘리며 ‘왜 가셨냐’며 울던 예전과 전혀 달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추모객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대통령묘역에 헌화하려는 추모객들의 줄이 뙤약볕 아래 1km쯤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조용히 너럭바위에 꽃을 바치거나 사진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생전모습을 추억하기도 했다. 그 탈상의 자리가 눈물 대신 추모로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노 전 대통령의 3년 탈상이 그를 따르던 이들에게 세상 속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다가왔다. 봉하마을을 찾은 이들도 슬픔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많이 얘기하는 모습였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전 부총리)의 추도사에서 “탈상을 치루는 오늘 우리는 그분의 향기를 새삼 온몸으로 맡게 된다. 우리에겐 더 감동적인 바보들이 필요하다”며 탈상의 의미를 새겼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탈상 뒤 “이제 그 분을 놓아드리고 그 분을 뛰어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각오를 새기기도 했다. 봉하마을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주의 산 교육장으로 마을을 발전시키면서도 노 전 대통령 발자취는 잊지 말자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5000여명의 추모객들도 “늘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말 대신 “가슴 깊은 곳에 묻고 남은 사람의 숙제를 고민하자”고 했다. 그렇게 봉하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탈상의 의미를 안고 각자의 고향으로, 일터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였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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