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T. E. 흄의 '가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가을밤 찬 손길/밖으로 걸어나갔네/그리고 봤네 붉은 달, 울타리에 기댄/적안(赤顔)의 농부와도 같은./난 멈춰서서 말을 걸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네,/그리고 그 둘레엔 생각에 잠긴 별들이 있었네/백안(白顔)의 도시 아이같은.

■ 흄(Thomas Ernest Hulme, 1883-1917)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과 헷갈리지 않기 바란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하여 남긴 작품은 많지 않지만, '가을'은 자주 인용되는 시이다. 시는 기하학적 예술이라고 그는 말했다. 명료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들로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을밤이 노크를 하고 그것에 답하듯 걸어나간 시인은 울타리에 기댄 농부같은 달을 본다. 그 붉은 빛이 노동에 그을린 얼굴로 표현되었다. 달에게 목례를 하는 시인. 그 옆에는 하얀 얼굴을 한 별들이 깜박이고 있다. 이것은 또한 도시의 아이들이다. 도시 아이가 왜 농부 곁에 있는 것인지 물을 필요는 없다. 붉은 얼굴과 생각에 잠긴 작고 흰 얼굴. 그 이미지만 또렷이 소통되었다면 오케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