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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전과] chapter 9. <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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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전과] chapter 9. <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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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특징
① 고래잡이 배 피쿼드 호 선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창작뮤지컬.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白鯨)을 원작으로 지난 2010년에 제작되었다.
② <모비딕>이 차용한, 배우가 곧 연주자인 ‘액터-뮤지션’이라는 형식은 이 작품을 뮤지컬이자 하나의 수준 높은 실내악 콘서트로 인식하게 했다.
③ 다수의 트라이아웃 공연과 소극장 초연을 거쳐 중극장 재공연을 성사시킨 <모비딕>은 창작뮤지컬의 길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4월 29일까지 공연된다.


이스마엘, 이름의 뜻을 알아봅시다
추방당한 개척자라는 뜻을 가진 극 중 관찰자이자 피쿼드 호의 유일한 생존자. 실제로 고래잡이 배에서 보낸 3년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집필한 멜빌은 이스마엘 그 자신이기도 하다. 성경 속 아브라함의 서자로 태어나 동생을 질투한 죄로 가족으로부터 쫓겨난 이스마엘과 같이 <모비딕> 속 이스마엘 역시 “입은 옷과 사는 동네”로 자신을 평가하는 도시로부터 탈출해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동경과 도전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관찰자인 이스마엘은 타악기이자 현악기로서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고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피아노로 설정되어 있다. 2012년의 <모비딕>은 이스마엘이 침몰한 피쿼드 호로 걸어 들어가면서 시작되는데, 초연에 비해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뚜렷이 하며 관객의 이해도를 돕는다. 2년 전 리딩공연부터 지금까지 <모비딕>과 함께 이스마엘로 성장해온 신지호가 더욱 깊어진 감정을 보여준다면, 새로운 이스마엘 역의 윤한은 부드러운 음색과 경쾌한 리듬감의 피아노 연주로 색다른 매력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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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배려를 배워봅시다
이스마엘이 바다에서 처음 사귄 친구인 퀴퀘그는 가장 문명과 동떨어져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존중과 배려를 지닌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바이올린은 날카로운 음색과 활로 작살을 형상화하고, 작살잡이로서의 능력은 화려한 기교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가 <모비딕>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것은 ‘정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낸터켓 항구 사람들이 원시 식인부족 출신에 이교도라는 이유로 퀴퀘그를 두려워하는 것에 반해, 그는 모든 이를 편견 없이 대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피쿼드 호 선원 중 유일하게 죽은 고래를 향해 위로의 노래를 부른다. 이는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힌 채 선원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에이협 선장과 대조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인간이 타인과 자연에 대해 가져야 할 덕목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번 재공연의 퀴퀘그는 울부짖는 짐승소리와 상의탈의, 몸에 새긴 문신 등으로 좀 더 자연친화적 인물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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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닮은 악기가 무엇인지 찾아봅시다
도시인이자 종교인이었던 이스마엘과 자연인이자 이교도였던 퀴퀘그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전수함으로써 친구가 된다. 이스마엘은 퀴퀘그에게 성경과 말을 가르쳐 주었고, 이스마엘에게 담배를 나눠준 퀴퀘그는 그를 영원히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 특히 처음 만난 여인숙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벌이는 연주 배틀은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가장 잘 살린 이 작품의 백미로 평가된다. <모비딕>에서의 음악은 단순한 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각 인물의 성격을 좌우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을 만들어내며 극의 중심축으로 활용된다. 경쾌한 트럼펫은 술과 돈을 좋아하는 다혈질의 3등 항해사로, 첼로의 핀은 ‘모비딕’에게 잡아먹힌 선장의 의족이자 광기의 원흉으로, 육중한 무게와 깊은 저음의 더블 베이스는 그 자체로 ‘모비딕’이 되어 피쿼드 호를 위협한다. 음악 자체가 하나의 뮤지컬인 만큼 초연 당시 캐스팅에만 7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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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작뮤지컬을 주목하세요
<모비딕>은 음악이 홀대받지 않고 주가 되었으면 했던 정예경 작곡가의 바람과 독일 극단의 세 배우가 첼로와 베이스를 가지고 연기하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조용신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로 탄생할 수 있었다. 기존 뮤지컬들과 달리 프로듀서가 아닌 창작자들의 의지에서 시작된 셈인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그들의 작업형태는 최근 CJ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와 두산아트랩 등 창작을 지원하는 단체의 인큐베이팅을 거치며 뚜렷한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에서 소개된 신라시대 남자 기생 이야기 <풍월주>는 5월에, 제작이 무산되었다가 연출가 김동연, 극작가 정영, 작곡가 김혜성의 의기투합으로 지난 1월 두산아트랩에서 소개된 <심야식당>은 9월 초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왔던 창작뮤지컬이 긴 인고의 시간 끝에 봉우리를 맺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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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과 평행이론을 찾아봅시다
이스마엘은 피쿼드 호에서 우정을, 로즈는 타이타닉 호에서 사랑을 나눴다. 두 배는 모두 침몰했고, 바다에 추억을 묻은 두 사람은 승선하기 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간다. <모비딕>은 이스마엘을 안은 채 바이올린을 켜는 퀴퀘그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기억된다. 결국 <모비딕>과 <타이타닉>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시절에 대해, 상실을 담보로 성장하는 인간 본연의 슬픔에 관해 얘기한다. 사색의 시간을 높은 퀄리티의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모비딕>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더욱 친절해진 스토리 안에서도 여전히 연기보다 연주에 익숙한 배우들은 모든 것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형식 자체가 낳을 수밖에 없는 장점과 단점이다. 그래서 오히려 <모비딕>은 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악기와 캐릭터와 스토리가 딱 들어맞는 순간 그 어떤 뮤지컬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피쿼드 호의 선원들처럼 숱한 불가능과 한계 속에서 싸울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지치지 말 것.
사진제공. 컴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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