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안되는 '희망하우징' 미입주사태.. SH공사 의도만 좋았던 '탁상행정' 비판
심각한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에 공급이 턱없이 달린다는 지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주변 월세보다 20~30% 싼 값으로 상반기 희망하우징 268실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과 사전 입주환경 정보 부족 등은 탁상공론식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5일 현재 이곳에 입주한 학생은 52명으로 각 실에 1명도 채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달 진행된 희망하우징 268실에 대한 입주 신청 결과 1200여명이 몰린 상황에 비하면 초라한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10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2명의 학생이 같이 생활해야한다는데 있다. 여기에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은 물론 두꺼운 외투 3벌도 넣기 힘든 옷장 등으로 개인생활이 쉽지 않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소식에 신청부터 한 학생들이 나중에서야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김모씨(22·남)는 “시중에 있는 일반원룸과 비교해 임대료가 3분의 1 수준이지만 생활하면서 발생할 사생활 침해 등을 감안하면 저렴한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 신입생 차모씨(20·여) 역시 “모집공고일부터 당첨자 발표일까지 눈으로 (집을)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이 정도로 작은 공간일 줄 미리 알았다면 애초에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다가구주택에 마련된 희망하우징도 상황은 비슷하다. 총 10실 중 5실이 희망하우징으로 운영 중인 정릉동 A빌은 3인1실 구조로 지난주까지 3명이던 입주자가 2명으로 줄었다. 지난주 이사 왔다는 권모씨(21·남)는 “짐을 들여온 날, 옆 방 입주자도 이사를 왔는데 3일후 다시 짐을 빼갔다”며 “책상과 옷장을 제외하면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작은 방에 배정돼 불편함을 참지 못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하우징을 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규모나 위치 그리고 일반 내부사진을 확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부 가구를 희망하우징으로 운영 중인 건물의 경우 집주인에게 직접 허락을 받거나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야만 가능하다. 이번에 공급된 희망하우징 268실에 입주가 확정된 당첨자들 중 방을 미리 확인한 사람은 전무하다. 심지어 희망하우징이 포함된 다가구주택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일부에선 '싸니깐 신청부터 하고보자'는 대학생들과 '일단 공급량을 늘리자'는 SH공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혀를 찼다.
한 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생활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제도로 앞으로 더욱 확대해야한다”며 “하지만 내부시설에 대한 보완없이 무조건 공급을 늘려 임대주택수를 확보하려는 자세로는 절대 수요층인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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