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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순수의 시대에 보내는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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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3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연우라... 참으로 예쁜 이름이구나.” 형선(정은표)으로부터 연우(김유정)의 이름을 전해들은 훤(여진구)은 그녀의 이름이 외모처럼 어여쁘다 여긴다. 예동을 소개 받은 대비 윤씨(김영애)도 “참으로 어여쁜 아이들이 아닙니까. 마치 궐 안에 꽃잎이 날아든 듯합니다”라며 흐뭇해한다. 염(임시완)을 일러 “절세가인”이라 칭하며 그 미모의 후광을 과장되게 CG 처리한 것이 생뚱맞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를 품은 달>의 초점은 지극히 탐미적인 세계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한 장 한 장 꽃으로 물들인 편지지, 화사한 노리개 같은 정갈하고 단아한 소품이나 아련한 달빛,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와 같은 배경은 마치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처럼 이 드라마의 정서를 세심하고 애틋하게 구축해간다.

그리고 이렇게 공들여 그려내는 탐미적 세계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것은 순정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극의 초반부는 보통 사극에서 성인 주인공들의 운명적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 클리셰처럼 굳어진 아역 시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잔혹한 기성의 세계로 들어서기 전, 아무런 계산도 없이 사랑의 환희와 아픔과 질투와 두려움과 설렘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애틋하고 아련한 순수의 시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 때 사극이라는 형식은, 직접 만든 편지지에 공들여 써내려간 연서를 다시 겹으로 포장하는 비단 천처럼 아날로그 로맨스의 순정함을 강조하기 위한 외피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해를 품은 달>의 아역 시절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세계이자 극의 근본적 세계관을 완성한다. 오히려 성인 시절이 그 첫사랑의 후일담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그러니 지금은 겨우 3회만을 남겨둔 아역 시절, 그 첫사랑처럼 짧지만 강렬한 순수의 시대를 마음껏 음미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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