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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職증후군, 낡은 새장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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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대기업 '파랑새' 찾아 짐싸는 신입사원

移職증후군, 낡은 새장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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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인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들의 꿈에 나타난 요정은 "병든 딸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어린 남매는 먼 여정을 떠난다. 요정 친구들과 온갖 모험 끝에 빈손으로 돌아온 남매는 낙담한 채 잠에서 깬다. 그리고 발견한다. 자신들이 기르는 새가 파랑새라는 것을.

파랑새증후군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증세를 가리킨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파랑새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끊임없이 이직을 희망한다.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은 기업에겐 가장 큰 골칫거리다. 학교를 갓 졸업한 인재를 업무에 투입 가능하게끔 만들려면 적지 않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고생 끝에 한 명의 자원으로 만들어 놓았더니 또 다른 직장을 찾아 이직을 해버린다. 남겨진 기업은 분통을 터뜨릴 뿐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신입사원의 조기 정착을 위한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참고해 파랑새증후군을 포함한 조기 이직의 원인 3가지와 이에 대한 대안 3가지를 알아본다.

◆"더 좋은 곳에 가고 말거야"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올해로 직장인 3년차지만 여전히 신입사원 공채 소식을 찾아다닌다. 그가 바라는 직장은 대기업. 현 직장도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구직자들이 입사하기를 앞 다퉈 희망하는 곳이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왕 시작하는 거 보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닐까요." 조만간 대리급 승진을 앞둔 그가 오늘도 퇴근 후 취업정보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 이유다.

앞에서 언급한 파랑새증후군은 조기 이직을 희망하는 신입사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들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보다 더 좋은 직장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지닌 채 끊임없이 새로운 직장을 탐색한다.

전문가들은 학력 수준과 맞지 않는 '하향지원', 전공과 적성보다는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묻지마 지원' 등이 파랑새증후군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에 막상 취업 하고난 뒤에는 다른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묻지마 지원 행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404명 중 44.1%가 고졸 채용에, 45.3%가 비정규직 채용에 묻지마 지원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능력은 더 뛰어나단 말야"

내로라하는 시중은행에 지난해 합격한 정모씨. 서울소재 모 여대를 졸업한 그녀는 재학 시절 주변인들로부터 소위 '엄친딸'로 불렸다. 교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것을 포함해 각종 공모전을 통해 외국에 드나든 것만 10여회가 넘는다. 높은 학점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녀가 멋지게 금융권에 취업하는 것을 보고 친구들은 "역시"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고민 중이다. "입사 후 1년 동안 했던 일을 돌이켜 보면 굳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수준이예요. 이런 일을 하려고 4년 내내 열심히 노력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녀는 요즘 들어 다른 기업의 채용 소식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같은 셀프홀릭 증후군은 최근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취업난이 이어지며 소위 고스펙을 갖춘 구직자들이 늘어난 데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닌 능력에 비해 현재 직장에서 하는 일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더 양질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 나선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요즘 입사하는 직원들을 보면 외국어는 기본에 인턴, 해외 경험 등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이더라"면서도 "그렇다보니 자신감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셀프홀릭 증후군은 일단 자신의 역량과 직무의 적합성이 낮을 경우 이직을 갈망한다. 입사 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반복되는 허드렛일로 인해 직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결국 이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자유로운 피터팬인 걸"

입사 2년차인 직장인 박모씨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입사 첫 해만 해도 취업에 성공한 게 꿈만 같고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그였다. 그러나 회식 자리를 경험하며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못 마시겠다고 하니까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더라고요. 강요받는 술자리는 싫거든요. 회식 문화가 없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예요."

피터팬 증후군은 일종의 세대 차이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최근 신입사원들은 타인과 수평관계인 외국 문화를 적지 않게 경험해본 이들이다. 자연스레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직장 내 기성세대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직장 상사들의 문화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자유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켜 피터팬 증후군이라 부른다. 마치 피터팬처럼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취업포털 관계자는 "최근 신입사원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는 자유와 재미를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다"며 "관료제 같은 한국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신세대 직장인은 '일방적 의사소통(36.7%)', '비효율적 업무관행(27.9%)'을 직장문제 개선 1순위로 지적했다. 또 직장 내 상사와의 갈등 정도에 대해 묻자 '자주 그렇다' 10.9%, '가끔 그렇다' 62.0% 순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상사와 갈등을 겪는다고 답한 것이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신세대 사원들을 질책하고 나면 나중에 풀기가 어려워 조심스럽다. 직원들이 옛날보다 많이 나약해진 것 같다"며 "관리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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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대해 솔직히 보여라"

일본의 환경 위생 회사인 아산테는 채용 설명회 때 2~3년차 직원들이 업무 중 힘들었던 경험을 적나라하게 발표하는 '본심 세미나'를 실시한다. 여기서는 영업 중 개에 물린 이야기, 마루 밑에 기어들어가 뱀과 마주친 이야기 등 신입사원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입사한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어 신입사원 이직률이 과거 30~40%에서 1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을 막으려면 입사 전에 회사와 직무에 대해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 입사 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게 된다면 파랑새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적어진다.

또 신입사원이 입사 초기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셀프홀릭 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 신입사원을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시킴으로써 성취감과 더불어 본인이 중요한 인재라는 의식을 불어넣는 게 핵심이다. 자신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한 신입사원들은 셀프홀릭 증후군을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입사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구글은 매주 금요일 저녁 최고경영자가 주관 경영현황 설명회를 실시하여 자유롭게 참석한 1000여명의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어진 일을 그저 묵묵히 수행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하는 게 신세대다. 그들에 맞춰 수평적인 소통방식을 운영한다면 피터팬 증후군도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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