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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늘어나는 암 생존자, 사회적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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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암진단은 사형선고를 뜻했다. 의학 선진국에서조차 의사들은 환자에게 병명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암을 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건 암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치료법이 개발된 근래의 일이다.

의술은 더욱 발전해 암을 극복한 수많은 생존자들이 사회로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암환자들의 각종 스트레스(distress)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자연스레 대두됐다. 이는 하나의 학문으로 정리돼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이라 불린다.
이 분야에서 미국보다 약 30년 뒤진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2008년 정부가 돈을 대 디스트레스 치료 권고안을 제정한 것이 첫 가시적 성과다. 현재 몇몇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암환자 정신건강클리닉'이 생겼지만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본지는 지난 11주에 걸쳐 '암과의 공존(Living with Cancer)'란 제목의 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10가지 암종(種)에서 '진단 후 벌어지는 일'을 소개했고, 오늘(22일)은 난소암을 극복한 조영순 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정신종양학 전문가의 조언으로 암환자의 정서적 문제와 대처법도 알아봤다.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간단하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암을 막연한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단 '한 번 싸워볼만한' 혹은 '싸우다 안 되면 타협하고 함께 살아갈' 존재임을 인식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다지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암과의 싸움에서 패한다. 섣불리 '희망'을 언급하는 일은 그래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암환자나 그 가족들 주변에는 '함께 싸워줄' 많은 지원군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승률이 적어보이는 싸움이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다.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의료진과 정책을 만드는 보건당국에는 암환자의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촉구한다.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작업에 몰두한 나머지 행여 인권이나 정서 같은 문제를 '부차적'이라 여기고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아울러 더 많은 병원들이 '암환자 정신건강클리닉'을 설치하는 데 자원을 투자했으면 한다. 당국은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기자도 암환자의 가족일 때가 있었다. 불행히도 암과 공존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공존의 짧고 김과 상관없이, 암환자와 가족은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많은 후회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 때 그들의 옆에서 방향을 알려주고 때론 어깨를 다독거려주는 전문가의 손길이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암 치료성적 세계 최고인 우리 사회도 이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 정도는 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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