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은 더욱 발전해 암을 극복한 수많은 생존자들이 사회로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암환자들의 각종 스트레스(distress)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자연스레 대두됐다. 이는 하나의 학문으로 정리돼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이라 불린다.
본지는 지난 11주에 걸쳐 '암과의 공존(Living with Cancer)'란 제목의 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10가지 암종(種)에서 '진단 후 벌어지는 일'을 소개했고, 오늘(22일)은 난소암을 극복한 조영순 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정신종양학 전문가의 조언으로 암환자의 정서적 문제와 대처법도 알아봤다.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간단하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암을 막연한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단 '한 번 싸워볼만한' 혹은 '싸우다 안 되면 타협하고 함께 살아갈' 존재임을 인식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다지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의료진과 정책을 만드는 보건당국에는 암환자의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촉구한다.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작업에 몰두한 나머지 행여 인권이나 정서 같은 문제를 '부차적'이라 여기고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아울러 더 많은 병원들이 '암환자 정신건강클리닉'을 설치하는 데 자원을 투자했으면 한다. 당국은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기자도 암환자의 가족일 때가 있었다. 불행히도 암과 공존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공존의 짧고 김과 상관없이, 암환자와 가족은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많은 후회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 때 그들의 옆에서 방향을 알려주고 때론 어깨를 다독거려주는 전문가의 손길이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암 치료성적 세계 최고인 우리 사회도 이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 정도는 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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